새로운 시작의 앞에서

2022년 회고

3년의 휴학 기간 동안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했습니다. 이제 학교에 있었던 시간보다 회사에 있었던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코로나는 확실히 무서웠고 그 광풍을 저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그 무서움이 꽤 농담이 된 것 같습니다. 18학번으로 입학했지만 비대면 수업을 받는 시대는 거치지 못하고 넘어가버렸습니다.

회사를 차렸습니다

4년간 만들어 오고 있는 solved.ac는 제가 가장 즐겁게 엔지니어링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서 다시 학생이 되는 지금이 아니면 언제 해 보겠느냐는 생각으로 회사를 차렸습니다.

복학과 졸업 이후에도 다니던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는 옵션은 있었습니다. 급여도 적당히 만족스러웠고, 업무 프레셔도 높지 않았고 사람들도 좋아서 고민이 정말 많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 프로그래밍-디자인-기획의 복합 역량을 제일 잘 발휘할 수 있는 프로젝트이며,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이미 10만 명 가까운 유저가 사용 중이라는 것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을 줬습니다.

여태까지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았을 때 제일 즐겁게 살았습니다. 그래서 졸업까지 남은 2년을 지금 저에게 있어서 제일 즐거운 일을 오래오래 할 수 있을지 아닐지에 대한 테스트베드로 삼아보려고 합니다. 솔브드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복무만료

2월에 훈련소를 다녀왔고, 5월에 복무만료가 되었습니다. 이제 예비군입니다.

코로나 시대의 훈련소는 정말 재밌는 곳입니다. 훈련을 3주간 하는데, 그마저도 반 정도 기간은 단체 격리라 야외 훈련은 마지막 1주에 몰아서 합니다. 그런데 조교들까지 단체 확진돼서 우리는 사격훈련과 수류탄 훈련 외의 훈련을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훈련소 안에서 코로나에 걸려서 논산에서 어디 경기도로 끌려가서 개별 격리 당하고, 그곳에서 수료까지 했습니다.

이외에는 인터넷 편지 받은 거를 제외하고는 모든 군대 이야기는 재미없으니 하지 않겠습니다. 편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과 자랑

제가 2019년에 정한 PS 인생 목표는 이랬습니다.

올해는 이 중 하나를 더 이뤘습니다. 바로 구글 코드잼입니다!

구글 코드잼 성적은 2019년 2라운드(2,443rd), 2020년 2라운드(1,427th), 2021년 2라운드(1,328th)였습니다. 특히 2021년에는 배열 인덱스를 잘못 잡아서 히든 테스트케이스를 놓치고 진출을 실패했던지라 너무너무 아까웠는데 다행히도 작년의 실수를 올해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SCPC 2022 Final을 통과했다는 건 무슨 말일까요?

SCPC는 올해도 무수상입니다. 4년 연속인데 언제 상을 타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2019년이 가장 가능성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코드포스는 열심히 안 치다가 다시 쳤더니 퍼플로 내려갔습니다. 레드는 너무 요원해 보입니다. 적의환향 어디 갔냐고….

갑자기 분위기 해커톤

즉흥적으로 팀을 꾸려 나간 Junction Asia 2022에서 2등을 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는 해커톤을 많이 나갔는데, 대학교에 와서는 알고리즘 문제해결 관련 필드에 있느라 해커톤은 잘 안 나갔습니다. 해커톤을 마지막으로 나갔던 게 거의 2017년?쯤이었던 것 같으니 5년만입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온사이트 해커톤이었습니다. 제가 나갔던 어떤 해커톤보다 큰 규모의 해커톤이었습니다. 호텔도 지원해 주고, 피자도 줍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대회여서 저는 개인사유로 휴가 쓰고 회사 몰래 나왔습니다.

4명 팀인데 프론트엔드 엔지니어가 4명, 백엔드 엔지니어 3명이었던지라 개발은 다른 분들께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저는 개발은 많이 안 하고(위에 보이는 노트북에 스티커 붙이는 프론트엔드만 개발했습니다),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만들고 디자인에 공을 들였습니다. 여기서 Figma를 처음 써 봤는데 정말 세상에 이렇게 편한 디자인 툴이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모든 프레젠테이션을 Figma로 만들고 있습니다.

다년간의 해커톤 경험으로 빠르게 작업하지 않으면 잠을 설치면서 개발하고 디자인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은 첫 날에 거의 끝내버렸고, 둘째/셋째 날은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장에서 먹힐지를 어필할지 열심히 생각하면서 프레젠테이션을 깎았던 것 같습니다. 해보니까 빠르게 작업하지 않으면 잠을 설치는 게 아니고 그냥 예전의 저는 작업을 빠르게 하지 못했던 거고 빠르게 해도 잠은 어찌됐든 설치는 거였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이것저것 때문에 블록체인 트랙으로 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블록체인을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한번 데이터베이스처럼 써 보라는 Chainapsis 발표를 듣고 설득당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Ignite CLI가 너무 사용하기 쉽게 되어 있었습니다.

즐겜하러 나왔는데 트랙 2등을 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상금은 아웃백에 썼어요.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해커톤을 나가 보니 제일 힘든 건 집에 돌아와서 바로 다음날 출근하는 거였던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솔브드

올해는 크고 작은 다른 일들이 많아서 솔브드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길라잡이는 시간을 많이 쏟아야 하는 컨텐츠이기 때문에 본업이 있는 상황에서는 만들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대신 내실을 다지는 개발을 위주로 했습니다.

  • SEO에 조금 더 신경을 썼습니다. 오픈 그래프 스펙을 도입하고, 자동 트윗을 게시할 때 그래픽을 만들어 주도록 했습니다.
    • 다만 자동 트윗 이미지 생성은 최적화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Puppeteer를 써 봤다 정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솔브드의 UI 코드를 정리해 @solved-ac/ui-react를 만들었습니다. (후기)
    • 이 과정에서 styled-components를 걷어내고 emotion으로 스택을 바꿨습니다.
  •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어로 i18n을 했습니다.
  • 문제 검색 쿼리를 최적화했습니다. DBA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 작년까지는 8천 문제 푼 사람들 5명의 교집합을 구하려고 하면 서버가 터졌습니다…
  • 길라잡이 에디터의 기반을 아주 약간 다졌습니다.

내년 목표는 이렇습니다.

  • 길라잡이 에디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까지 발전시키기
  • 가능하다면 백엔드에서 Sequelize 걷어내기. Sequelize를 오랫동안 사용해 본 결과 이건 ORM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Prisma를 쓰든 EdgeDB를 쓰든 할 것입니다.
  • 백엔드 내실 다지기.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웹 서버가 가끔 죽는데, 지금은 Redis도 SQS도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추가해야 합니다.

적어놓고 보니 한 게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훈련소도 다녀왔고, 특히 재택에서 출근 근무로 바뀐 탓에 출퇴근 시간 2시간이 사라져 버려서 그런 것 같네요… 퇴근하고 나면 정말 피곤합니다.

이외에도

올해도 정보올림피아드 대회 시스템 프론트엔드 유지보수 작업을 했습니다.

한국정보과학교육연합회의 단계별 프로그래밍 교육 프로그램 BIKO를 만드는 데에 참여했습니다.

평소 팬이었던 ARForest님의 컴필레이션 앨범 The Unattended와 3집 Deep Inside 앨범 사이트를 작업했습니다. Framer Motion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습니다. WebGL이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대회 운영과 출제

NYPC

올해도 시스템 개발과 출제를 맡았습니다. 참가자인 척 끼어 있는 출제진을 찾아보세요!

저는 본선 1519부문 5번 〈지름길〉 문제를 냈습니다. 최단 거리 트리를 생각하다가 두 노드의 최단 거리 트리를 합친 걸 최소화하는 문제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발제했는데, 어쩌다 보니 가장 어려운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여러 비하인드가 있는데 이야기 가능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위의 링크를 들어가 보고 아셨을 수도 있겠지만 해설 사이트도 새로 작업했습니다. 원래도 GitHub에 올라와 있는 오픈 소스 프로젝트여서 GitHub의 좋은 점들을 활용하고 싶었고, GitHub Actions와 Next.js SSG를 사용해 MDX로 작성된 문제 파일을 수정하면 자동 배포가 되도록 구성했습니다. 기존에는 Jekyll과 Kramdown 엔진을 사용해 수식을 작성했는데, 인라인 수식을 $$ ... $$로 작성해야 하는 아주 끔찍한 문법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그냥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습니다.

NYPC 출제진으로 일하는 것도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퇴사했지만 혹시 출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넥슨 입사 어떠신가요? 의외로 게임 클라이언트뿐만 아니라 웹 프론트엔드/백엔드, 블록체인, MLOps 등 정말 여러 분야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충역 산업기능요원을 알아보고 계신다면 제가 다녔던 엔진스튜디오도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엔진 혹은 넥슨에 레퍼럴이 필요하시면 제 메일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ICPC 서울 리저널

휴학 중이라 ICPC에 나갈 수 없었는데, 올해는 온사이트로 열리게 되어서 스태프로 일했습니다. 본선에 오신 분이라면 저를 만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풍선을 달아 드렸을 수도 있구요.

사실 작년에도 참관하기는 했습니다. 스코어보드 공개할 때 제가 잠깐잠깐 나옵니다… 내년부터는 다시 참가자로 대회를 나가 보려고 합니다.

저는 시간에 여백이 부족해서 따로 글을 쓰지는 못했지만 같이 운영해 주신 스탭 분들의 블로그 후기들을 읽어 보시면 스탭으로서의 현장 경험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UCPC

작년에는 학교에서 팀을 꾸려서 대회에 나왔지만 올해는 다시 전대프연으로 돌아와서 대회 운영을 도왔습니다.

UCPC는 출제로는 연이 별로 없구요, 대신 디자인과 운영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이번 로고 모양 폼보드 명찰과 폼보드, 티셔츠 등이 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들입니다.

대회 당일에 정말 많이 뛰어다니면서 땀도 많이 흘리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대관처는 정말로 찾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협소한 대관처는 꽤나 덥습니다.. 이후에 킨텍스에서 진행된 ICPC에서 일하면서 정말 부러웠습니다.

SPC / 서강 프로그래밍 대회

제가 항상 제일 쉬운 문제와 제일 어려운 문제를 내는 대회입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적당히 쉬운 문제 하나제일 어려운 문제 하나를 냈습니다. 어려운 문제 쪽은 개인적으로 잘 냈다고 생각하지만 쉬운 문제 쪽은 머리가 꼬일 수 있는 지문 + 약간의 케이스 워크 때문에 1~2학년 디비전의 두 번째 문제로 내기에는 약간 부적절했던 것 같다는 소회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졸업하실 때는 이 정도는 푸셔야 해요.

언젠가부터 소프트웨어중심대학이 잘려서 학교의 지원을 받기 힘들게 되었고, 학교 지원만으로 충분히 대회를 열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다르게 후원도 알아봐야 하고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열정 넘치는 멋진 분들께서 운영해 주셔서 대회가 성료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 다행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빅파이 아직은 안 물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2023년 1월에 열리는 보드게임컵을 준비 중입니다. 온라인 대회지만 다른 오프라인 대회만큼 고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가해 주시면 기쁠 거예요!

컨퍼런스

고려대학교 중앙 컴퓨터 동아리 KUCC에서 《코딩 테스트 및 알고리즘 문제해결 공부 방법》을 발표했습니다. 코딩 테스트가 개발자 취업 과정에서 어떤 단계에 있는지부터 설명하고, 무슨 언어를 고르면 좋을지, 공부 시작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문제 하나를 해결할 때 시간 분배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리고 합격하기 전까지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설명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코딩 테스트를 피험자로 본 적은 없지만 넥슨 엔진스튜디오 면접 TF에서 일한 경험과 프로그래밍 대회를 준비하던 경험을 녹여 예비 개발자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꽉꽉 눌러 담았습니다. 이 발표 자료는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는 분들께 제가 강력히 추천하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프로그래머스의 초청으로 프로그래머스 컨퍼런스 1st에서 《모두의 성장을 위한 서비스 만들기: solved.ac 개발 경험을 토대로》를 소개했습니다. solved.ac를 만들어가면서 했던 — 기여 시스템 설계, 가이드라인 설정, AC 레이팅 설계 — 등에 관련된 길었던, 어찌 보면 계속되고 있는 고민들에 대한 답을 냈던 경험을 정리해 보고 이를 통해 커뮤니티 운영자로서 배운 점들을 공유했습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커뮤니티의 공감을 얻으려면 확고한 방향을 갖고 기획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한국항공대학교 학술제에서 《새내기 코딩 마법사를 위한 2차 전직 준비하기》를 주제로 이제 막 학교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앞으로의 ‘전직 루트’를 소개했습니다. 학교에서 알려주는 것과 회사에서 하게 될 것들은 다르기 때문에,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들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전직 퀘스트’에 빗대어 어떤 퀘스트들이 있고 어떻게 준비하면 좋은지 발표했습니다. 앞서 고려대학교 KUCC에 했던 코딩 테스트 관련 내용도 간단히 소개했습니다.

지식을 공유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저는 제 말의 무게에 힘이 실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틀릴 수도 있고,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표를 부탁받으면 준비하는 데 시간을 많이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공유한 지식이 누군가에게는 긍정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도 뭔가 발표해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데 서강대는 컨퍼런스가 예전엔 Release에서 주최하는 것이 있었다가 요즘은 안 열리는 것 같아 아쉽네요….

초청해 주신 KUCC, 프로그래머스, 그리고 한국항공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디자인

solved.ac의 복잡한 페이지 구조를 어느 정도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것을 목표로 전대프연 UCPC 디자인을 했습니다. 웬만하면 앞으로도 이 로고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서강대학교 프로그래밍 대회 디자인도 작업했습니다.

여기 플래티넘 5 주변 이펙트를 만들었습니다.

쓸데없이 멋진 시즌 종료 보상도 만들었습니다.

이외에도 이것저것 자잘한 디자인을 했는데, 모아보고 나니 상당히 적은 양입니다. 올해는 정말 바빴나 봅니다.

일상 이야기

자취 생활 끝

2022년 8월 28일부터의 낙성대 자취 생활은 2023년 2월 28일을 끝으로 끝나게 됩니다. 회사 출근을 위해서 계약했던 집인데, 학교가 마포~신촌 근처라 낙성대에서 통학하기에는 참 애매해졌습니다.

자취 생활은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설거지나 청소는 할 만 했구요, 제일 어려웠던 건 세면대에 걸린 머리카락 빼내는 거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지식은 치킨스톡은 상온에서 곰팡이가 필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1년 반 동안 살면서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가령, 이탈리아 방식의 카르보나라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요리도 해 보고, 회사 동료들을 데려와서 보드게임도 하고, 링고 가서 치맥 하고 했던 즐거운 기억들이 생각납니다. 낙성대역 5번 출구에서 언덕을 꽤 올라가야 나오는 집이지만 복학하면 그리워질 것 같습니다.

낙성대 주민을 위해 자취 생활 하면서 자주 갔던/시켜먹었던 가게 목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리뷰는 믿지 마세요. 제가 맛을 보장합니다 👍

  • 백채김치찌개 낙성대점(봉천로 590, 낙성대 4출): 깔끔하고 맛있는 김치찌개입니다. 배달보다는 식당에 가서 먹는 게 이득입니다. 다만 식당에 가서 먹으려면 두 명 이상이서 가야 된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네요… 보달라에 치즈계란말이로 변경해서 드세요.
  • 쟝 블랑제리(낙성대역길 8, 낙성대 4출): 이 동네에는 왜 체인 빵집이 없나 고민했는데, 이곳 때문인 것 같습니다.
  • 오월의 김밥(봉천로 605, 낙성대 1출): 아침-점심에만 하는 유명한 김밥집입니다. 가게에 가서 주문하면 줄을 오래 서야 될 수도 있어서, 꼭 전화로 예약하고 가지러 가야 합니다.
  • 피자네버슬립스 샤로수길점(봉천로 534 2층, 설입과 낙성대 중간쯤): 페퍼로니 피자는 꼭 드셔보세요. 라지는 엄청나게 크니까 주의하세요… 하프앤하프도 됩니다.
  • 옷살(관악로 164 B1층, 설입 2출): 근본 인도 음식점입니다. 매운맛 단계와 고기 종류를 커스텀할 수 있고, 양도 꽤 됩니다. 카레 여기만큼 하는 곳은 아직 못 봤습니다. 배달도 해 주는데 가끔 맥도날드보다 빨리 옵니다.
  • 삼백돈(남부순환로230길 48, 설입 1출): 삼백돈 체인의 본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돈카츠 진짜 잘 합니다. 정돈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 배달도 해 줍니다. 이수점이랑 여기서 둘 다 배달이 되는데 여기가 좀 더 낫습니다.
  • 링고(봉천로 518-4 2층, 설입과 낙성대 중간쯤): 알고리즘 하는 사람들한테는 이미 well-known인 호프집입니다. 세계의 수많은 맥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맥주가 있었나 싶은 맥주들은 다 여기서 처음 만나봤던 것 같습니다. 제가 스타우트를 제일 좋아한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구요.
    근데 여기는 치킨도 진짜 잘합니다. 동네에서 제일 잘하는 것 같아요. 가격대가 좀 있지만, 치킨과 플랑베, 그리고 기네스 칵테일은 꼭 한 번 가서 드셔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배달 맛집도 정리해 봅니다.

본가에서 통학할지 신촌에 집을 새로 얻을지는 고민 중입니다. 제가 움직이는 데 쓰는 시간을 상당히 아까워해서 통학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한별이 광고

신분당선 판교역 강남 방면에 걸린 한별이 광고를 보신 적이 있나요? 올해는 생일선물로 무려 지하철 광고를 선물받았습니다! 정말 예쁜 한별이 감사합니다 매일 보면서 퇴근했어요

여러가지 일들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9.81파크에서 카트도 타고, 카페 그루브에서 멋진 일몰을 보고, 정말 멋진 경험이었어요.

마작을 배웠습니다. 마장에서 스안커도 해 봤습니다. 쯔모!

아직은 다른 사람 패 안 보고 내 패만 보고 칩니다. 그러니까 레이팅이 안 오르죠..

마치며

다사다난했던 해는 아니었지만, 큰 결정들을 했고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해였습니다. 안정적이던 회사를 나오고 회사를 차렸습니다. 자취 생활도 끝나갑니다. 내년에는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요? 어떻게 되든 할 수 있는 한의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월파 후기는 아직도 쓰지 못했습니다. 빠르게 정리해서 올려 보고 싶은데,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해야겠습니다.

올해도 수고하셨습니다. 내년에도 힘내 봅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회사가 되었습니다

알고리즘 문제해결 분야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뿌듯함과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더 많은 분들께서 느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solved.ac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제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이면서 제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 일에 집중하면서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위해 넥슨 엔진스튜디오에서 퇴사하고 창업에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토이 프로젝트로 만들어 오던 solved.ac를 사업으로서 영위하기 위해 2022년 12월 5일 ‘솔브드’로 개인사업자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2019년 6월 5일에 개발을 시작했으니 딱 3년 반 만입니다. 솔브드는 그 동안 9만 명의 프로그래머 분들께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공부하는 여정에 도움을 드렸습니다.

앞으로도 ‘알고리즘 문제해결 학습의 이정표’에 걸맞는 서비스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컴퓨팅 사고력과 코딩 테스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알고리즘 문제해결 애호가들이 어느 때보다 많아진 지금, 학습자들과 애호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이정표를 마련하기 위해 끊임없이 개척해 나가겠습니다. 기여자 분들의 노고를 폄하하거나, 문제해결과 실력 상승의 재미를 해치고 박탈감을 발생시키는 사업 모델 등은 지금도 앞으로도 도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수의 실수: 스페셜 저지만 붙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 TeX defines$ $\newcommand{\eps}{\varepsilon_{\mathrm{m}}}$ $\newcommand{\F}{\mathbb{F}}$

프로그래밍 문제를 출제하다 보면 가끔 실수를 다루는 문제를 출제하고 싶어질 때가 있습니다. 웬만하면 모든 걸 정수로 하면 좋겠지만 문제 상황이 그렇지 못할 경우도 존재하죠. 그러나 우리가 다루는 실수는 사실 정확히 말하면 실수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점들이 꽤나 있습니다.

이 글은 floating point 실수 연산의 오류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 문제에서 좀 더 옳은 정답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소개합니다. 굳이 문제나 데이터를 만들지 않더라도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 문제에서 실수를 다루는 데에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IEEE 754

By Vectorization: Stannered – Own work based on: Float example.PNG,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357169

아마 float이나 double 등을 처음 배울 때 한 번쯤은 봤을 법한 그림입니다. 지금은 잊어버렸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컴퓨터가 실수를 그렇게 정확하게 나타내지는 못한다는 것쯤은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floatdouble은 아무 실수나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분모가 $2^n$인 유리수만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0.1$과 같은 우리가 보기에 간단해 보이는 유리수도 분모를 $2^n$으로 나타낼 수 없기에, double x = 0.1을 하면 $0.1$이 아니라 $0.1$을 최대한 근사한 값1이 들어가게 됩니다.

양수 float 값 $q$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이 저장됩니다2:

\[ q = 2^{\left(A-\mathit{bias}\right)} \times \left(1+B\right). \]

여기서 $A$는 음이 아닌 정수이고, $B$는 소숫점 아래에 쓸 수 있는 $0 \le B < 1$의 이진수 소수입니다. 수의 크기에 따라 $A$를 조절해서 $\left[1, 2\right)$보다 크거나 작은 수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int, long long 등에 제한이 있듯이 float, double도 한정된 비트를 사용하는 만큼 제한이 있습니다. 아래 정보는 일반적인 온라인 저지 환경에서의 GCC를 가정합니다.

$A$$\mathit{bias}$$B$
float ($32$비트)$8$비트$127$$23$비트
double ($64$비트)$11$비트$1\,023$$52$비트
long double ($80$비트)$15$비트$16\,383$$64$비트
__float128 ($128$비트)$15$비트$16\,383$$112$비트

자릿수가 제한되어 있는 만큼 이산적입니다. 예를 들어 $3$자리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고 $A = \mathit{bias}$, 즉 $q = 2^0 \times \left(1+B\right) = 1+B$라고 한다면 $1.\underline{000}_2=1$과 $1.\underline{001}_2=1.125$ 사이의 수는 표현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A$나 $\mathit{bias}$보다 중요하게 봐야 할 건 $B$의 유효숫자 수입니다. 이게 전부 $2$진수라서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log_2 10$로 나눠서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B$$10$진 자릿수
float ($32$비트)$23$비트$6.92$자리
double ($64$비트)$52$비트$15.65$자리
long double ($80$비트)$64$비트$19.26$자리
__float128 ($128$비트)$112$비트$33.71$자리

이 이후부터는 참값과 근삿값을 구분해야 할 일이 있으면 다음과 같은 표현법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F$는 ECMAScript 스펙에서 따왔습니다.

\[\begin{aligned} x_\R &= \textrm{참값 }x\\ x_\F &= \textrm{부동소수점 값으로 표현된 }x\textrm{의 근삿값} \end{aligned}\]

그리고 편의를 위해 $\mathit{bias}$는 $A$에 이미 더해져 있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정확도의 소실

유효숫자가 정해져 있다 보니 불가피하게 정확도의 소실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실수를 다루는 문제들은 절대/상대 오차 얼마 이하는 정답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정해의 오차가 얼마 정도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참가자에게 ‘이 정도의 정확성을 갖는 풀이를 제출하십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는 ‘이 정도의 정확도를 요구하려면 정해가 어느 정도로 정확해야겠구나’를 생각할 수 있겠죠.

여기서 ‘절대 오차’와 ‘상대 오차’에 대해 먼저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x$의 근삿값 $y$가 $\delta_a$만큼의 ‘절대 오차’를 갖고 있다는 것은 $|x-y| \le \delta_a$임을 의미합니다.
  • 반면 $y$가 $\delta_r$만큼의 ‘상대 오차’를 갖고 있다는 것은 $\frac{|x-y|}{x} \le \delta_r$임을 의미합니다. 실생활에서 ‘$1$% 정도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같은 표현이 상대 오차 $0.01$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표현이겠네요.

이제 자주 사용하는 연산들에서 오차가 얼마나 발생할 수 있는지 하나하나 뜯어보도록 합시다.

입력

조금 전에 참값을 어떻게 float이 다룰 수 있는 값으로 근사하는지 설명했습니다. 참값 $x_\R$를 유효숫자 $p$비트의 float 값 $x_\F$로 나타내려고 한다면 정확히 얼마만큼의 오차가 발생할까요?

일단 $x_\R = 2^A \times \left(1+B_\R\right)$라고 한다면, $B$의 자릿수 제한을 맞춰 주기 위해 $B_\R$을 최대한 가까운 $p$자리 이진 소수로 반올림합니다. 이렇게 하면 $B$에는 최대 $0.5 \times 2^{-p} = 2^{-p-1}$만큼의 절대 오차가 발생하게 됩니다.

$x_\R$과 $x_\F$의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앞서 언급한 것은 $B$에서의 오차였으므로, $x$ 입장에서 생각하려면 $2^A$를 곱해 줘야 합니다. 그러면 $x$ 입장에서의 절대 오차는 $2^A \times 2^{-p-1}$입니다.

앞서 $A$는 수의 크기에 따라 조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음? 입력받는 값의 스케일에 따라 결정된다구요? 그러면 오차를 절대 오차보다는 상대 오차로 나타내는 것이 괜찮은 옵션인 것 같아 보입니다.

상대 오차는 최대

\[ |x_\R-x_\F| \le 2^A \times 2^{-p-1} \quad \textrm{이므로} \quad \frac{|x_\R-x_\F|}{x_\R} \le \frac{2^A \times 2^{-p-1}}{2^A \times \left(1+B\right)} = \frac{2^{-p-1}}{1+B} \]

이고, $0 \le B < 1$이므로

\[\frac{2^{-p-1}}{1+B} \le \frac{2^{-p-1}}{1+0} = 2^{-p-1} = \frac{2^{-p}}{2}\]

가 됩니다. 따라서 반올림 오차는 상대 오차로 최대 $\frac{2^{-p}}{2}$입니다. 이를 간단하게 나타내기 위해, 부동소수점 수에서 다음 수와의 간격을 나타내는 기계 입실론machine epsilon을 도입해 표기해 봅시다. 기계 입실론은 $\eps$과 같이 나타내고, $\eps = 2^{-p}$이므로 $\frac{2^{-p}}{2} = 0.5 \eps$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 실수를 입력받으면 최대 $0.5 \eps$만큼의 상대 오차가 발생합니다.


double에서 $p=52$임을 생각하면 유효숫자가 $15$자리쯤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double을 입력받았다면 앞의 $15$자리까지는 믿을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부호가 같은 수의 덧셈

유효숫자 세 자리 float에서, $a_\F=1.\underline{101}_2$와 $b_\F=1\underline{10}.\underline{1}_2$를 더하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그냥 더하면 $\left(a_\F + b_\F\right)_\R = 1\,\underline{000}.001_2$이 되지만, 우리의 float은 유효숫자 $3$개까지만을 허용하므로 $.001_2$ 부분을 날려야 합니다. 따라서 계산된 값을 다시 float에 저장하면 $\left(a_\F + b_\F\right)_\F = 1\,\underline{000}_2$ 부분만이 남습니다.

컴퓨터는 계산 과정에서는 저장하는 float의 두 배 정도의 공간을 사용해 정확하게 계산하고 이후 반올림하기 때문에, 덧셈의 경우에도 반올림 오차 한 번만이 발생합니다. 이는 상대 오차 $0.5 \eps$입니다.


부호가 같은 두 float의 덧셈에서는 $0.5 \eps$만큼의 상대 오차가 발생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는데, $a_\F \ne a_\R$이라는 점입니다. $a_\F$와 $a_\R$는 이미 $0.5 \eps$만큼의 상대 오차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left(a_\F + b_\F\right)_\R$와 $a_\R + b_\R$의 상대 오차는 이미 $0.5 \eps$입니다. 여기서 반올림도 수행해야 하므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는 최대

\[\left(1+0.5 \eps\right)\left(1+0.5 \eps\right)-1 = \eps + 0.25 \eps^2\]

입니다. $0.25 \eps^2$는 너무 작아서 무시할 수 있습니다(후술). 따라서 다시 결론을 내리면,


결론: 부호가 같은 두 실수를 입력받아 더하면 $\eps$만큼의 상대 오차가 발생합니다.


여담으로 큰 차이가 나는 두 수를 더하면 더하는 것에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a_\F=1\underline{001}_2$과 $b_\F=0.001\underline{101}_2$을 더하는 경우 계산 결과는 $\left(a_\F + b_\F\right)_\R=1\underline{001}.001101_2$이 되지만, 반올림하면 $1\underline{001}_2$이 되어 $a_\F$와 같아집니다. $\eps^2$ 자체는 float으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지 몰라도, $\eps \times 2$ 이상의 값과 더하면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곱셈과 나눗셈

이번에는 $a_\F=1.\underline{110}_2$와 $b_\F=1\underline{10}.\underline{1}_2$를 곱하거나 나누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 \begin{aligned} \left(a_\F \times b_\F\right)_\R &= 1\underline{0}.\underline{11}0110_2 \\ \left(a_\F / b_\F\right)_\R &= 1.\underline{000}100111011000\cdots_2 \end{aligned} \]

반올림하면 이렇게 됩니다.

\[ \begin{aligned} \left(a_\F \times b_\F\right)_\F &= 1\underline{0}.\underline{11}_2 \\ \left(a_\F / b_\F\right)_\F &= 1.\underline{001}_2 \end{aligned} \]

계산 과정에서의 정확도 손실은 발생하지 않으며(나눗셈의 경우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습니다), 반올림 오차 $0.5 \eps$가 발생합니다.

이번에도 $a_\F \ne a_\R$임을 고려해 봅시다. $\left(a_\F\times b_\F\right)_\R$와 $a_\R\times b_\R$의 상대 오차는 $\eps$가 되고, 반올림을 수행해 $\left(a_\F\times b_\F\right)_\F$로 만들면 $1.5 \eps$가 됩니다. 나눗셈도 같은 방법으로 계산 가능합니다.


결론: 두 float의 곱셈/나눗셈에서는 $0.5 \eps$만큼의 상대 오차가 발생합니다.
두 실수를 입력받아 곱하거나 나누면 $1.5 \eps$만큼의 상대 오차가 발생합니다.


부호가 같은 수의 뺄셈

뺄셈, 혹은 부호가 다른 수의 덧셈은 위에서 언급한 덧셈과 비슷하지만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특히 $x_\F \ne x_\R$이면서 차이가 얼마 안 나는 값을 계산하려고 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a_\F=1.\underline{111}_2$에서 $b_\F=1.\underline{110}_2$을 빼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결과는 $\left(a_\F-b_\F\right)_\R=0.001\underline{0\,00}_2$입니다. 이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계산 결과에서의 밑줄 친 $\underline{000}$은 $a_\F$에도 $b_\F$에도 없었던 값입니다. 이 새롭게 생긴 유효 비트 $3$개를 그냥 믿기에는 조금 꺼림칙합니다. 다행히도 두 값이 근삿값이 아니라 참값이라면, 즉 $a_\F=a_\R$고 $b_\F=b_\R$라면 계산 결과는 정확하고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a_\F$가 정확한 값이 아니라면, 즉 $a_\F$과 $a_\R$의 차이가 크다면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1.93$에서 $1.69$를 빼는 상황을 생각해 본다면 정확한 결과는 $0.24$여야 하지만, $1.93_\F=1.\underline{111}_2$, $1.69_\F=1.\underline{110}_2$이므로 $\left(1.93_\F-1.69_\F\right)_\F=0.001\underline{0\,00}_2 = 0.125$가 됩니다. 무려 두 배나 차이가 나네요!

조금 더 극단적인 예로 $|\varepsilon_\F| < \eps$에 대해 다음과 같은 계산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 \left[ (1_\F+\varepsilon_\F)_\F-(1_\F-\varepsilon_\F)_\F \right]_\F \]

$2 \varepsilon_\F$이 나와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varepsilon_\F$이 반올림 오차보다 작으므로 실제로는 아래와 같이 계산됩니다.

\[ (1_\F+\varepsilon_\F)_\F-(1_\F-\varepsilon_\F)_\F= 1_\F-1_\F = 0_\F \]

이는 무려 $100$%의 상대 오차입니다. 이런 현상을 재앙적인 소거catastrophic cancellation라고도 합니다.3

따라서 뺄셈을 정확하게 하고자 할 경우 비슷한 두 값의 뺄셈을 최대한 피하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1+\varepsilon_\F)-(1-\varepsilon_\F)$의 경우, $(1-1)-(-\varepsilon_\F-\varepsilon_\F)$로 계산 순서를 약간 바꾸면 조금 더 정확한 값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부호가 같은 두 실수의 뺄셈을 하는 상황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덧셈, 곱셈, 나눗셈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전한’ 연산이므로 가능한 경우 덧셈, 곱셈, 나눗셈만을 사용하도록 수정합니다. 일례로 실수 값의 누적 합을 구해야 한다면 대신 펜윅 혹은 세그먼트 트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같은 부호이더라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값의 뺄셈은 $\eps$ 이하의 오차만이 발생함을 덧셈의 경우와 비슷한 방법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뺄셈을 포기할 수 없다면

뺄셈의 오차를 다른 상황과 같이 생각할 수 없는 이유는 없는 유효숫자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 오차를 계산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절대 오차를 계산해 볼 수는 있습니다.

$a_\R$에서 $b_\R$을 빼는 연산을 생각해 봅시다.

  • 우선 이 값들을 입력받는 과정에서 반올림 오차 $0.5 \eps$가 생깁니다. 이 오차는 상대 오차이므로, 절대 오차로 바꾸면 각각 $0.5 \eps a_\R$과 $0.5 \eps b_\R$이 됩니다. 따라서 $a_\R-b_\R$과 $\left(a_\F-b_\F\right)_\R$은 최대 $0.5 \eps \left(|a|_\R+|b|_\R\right)$의 절대 오차를 가집니다.
  • 이제 $\left(a_\F-b_\F\right)_\R$을 $\left(a_\F-b_\F\right)_\F$로 근사합니다. 이 과정에서 반올림 오차 $0.5 \eps$가 한 번 더 생깁니다. $0.5 \eps \left(|a|_\R+|b|_\R\right)$의 절대 오차에 $0.5 \eps$의 상대 오차가 한 번 더 생기므로, 총 절대 오차는 $\left[0.5 \eps \left(|a|_\R+|b|_\R\right)\right]\left(1+0.5\eps\right)$입니다.
  •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0.25 \eps^2$는 $0.5 \eps$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므로, $0.5 \eps \left(|a|_\R+|b|_\R\right)$만큼의 절대 오차가 발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루는 수들의 스케일을 알고 있다면, 다행히도 발생하는 오차를 절대 오차로나마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결론: 부호가 같은 두 실수 $a$와 $b$가 있을 때,
$a$에서 $b$를 빼면 최대 $0.5 \eps \left(|a|+|b|\right)$만큼의 절대 오차가 발생합니다.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연산부호가 같은 경우 오차부호가 다른 경우 오차
입력/반올림상대; $0.5 \eps$
$a_\R+b_\R$상대; $\eps$절대; $0.5 \eps \left(|a|+|b|\right)$
$a_\R-b_\R$절대; $0.5 \eps \left(|a|+|b|\right)$상대; $\eps$
$a_\R\times b_\R$상대; $1.5 \eps$상대; $1.5 \eps$
$a_\R / b_\R$상대; $1.5 \eps$상대; $1.5 \eps$

그러나 이 표에서 언급한 덧셈과 뺄셈에서의 상대 오차는 덧뺄셈 한 번에서 발생하는 오차이고, 덧셈을 계속 누적해나간다면 덧셈을 할 때마다 반올림 오차가 새로 발생하고, 이는 절대 오차로서 더해짐을 간과하면 안 됩니다. 프로그래밍 문제에서는 일반적으로 덧셈을 여러 번 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덧뺄셈은 아예 절대 오차로만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부호가 같은 경우와 다른 경우에 차이가 없어지며, 다음과 같이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연산오차
입력/반올림상대; $0.5 \eps$
$a_\R+b_\R$절대; $0.5 \eps \left(|a|+|b|\right)$
$a_\R-b_\R$절대; $0.5 \eps \left(|a|+|b|\right)$
$a_\R\times b_\R$상대; $1.5 \eps$
$a_\R / b_\R$상대; $1.5 \eps$

정해 코드의 오차 계산 및 문제 설계

문제에서 얼마만큼의 오차를 허용할지는 정해 코드의 최대 오차를 계산함으로서 정할 수 있습니다.

BOJ #1546 평균과 똑같은 문제를 조금 더 어렵게 세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정해 코드를 이렇게 짰습니다.

double s = 0;

int n;
cin >> n;
while (n--) {
    double x;
    cin >> x;
    s += x;
}

cout << fixed << setprecision(12) << s / n << '\n';

일단 $s$의 오차는 덧셈 $N$번이 누적되므로 높게 잡아도 $N \times 0.5 \eps \left(s+s\right) = Ns\eps$ 이하의 절대 오차가 생깁니다. 마지막에 나눗셈 한 번을 하므로 상대 오차 $1.5\eps$가 한 번 더 생깁니다.

그러면 총 절대 오차는 $Ns\eps$, 총 상대 오차는

\[\begin{aligned} \left(1+\frac{Ns\eps}{s}\right)\left(1+1.5\eps\right)-1 &= \left(1+N\eps\right)\left(1+1.5\eps\right)-1 \\ &= N\eps+1.5\eps+1.5N\eps^2 \\ &= \left(N + 1.5\right)\eps \end{aligned}\]

가 됩니다.

허용 오차 설정하기

double로 풀리게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double에서는 $10^{-16} < \eps < 10^{-15}$이므로 넉넉하게 $\eps = 10^{-15}$로 두고 계산하면, 위 코드의 절대 오차는 $Ns \times 10^{-15}$, 상대 오차는 $\left(N + 1.5\right) \times 10^{-15}$가 나옵니다. 따라서 $N$의 값에 따라 오차 허용 범위가 달라지는데, $N = 10^5$로 설정한다면 상대 오차가 약 $10^{5-15}=10^{-10}$이 되므로 $10^{-9}$ 혹은 그보다 넉넉한 허용 범위를 잡으면 무리 없이 통과할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상대 오차 혹은 절대 오차 중 하나만 범위에 들어오면 맞도록 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반대로 $N = 10^5$인 상황에서 float을 저격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float에서는 $10^{-7} < \eps < 10^{-6}$이므로, $\eps = 10^{-7}$로 보수적이게 잡으면 상대 오차 $10^{5-7}=10^{-2}$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허용 오차 범위를 $10^{-2}$로 잡으면 float을 사용한 코드가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10^{-3}$ 혹은 그 이하로 잡으면 float이 통과하기 어려운 문제로 세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의 예시에서도 그렇듯이 float의 경우 덧셈을 $100\,000$번만 하는데도 $10^{-2}$ 혹은 그 이상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float 코드는 부정확한 값을 도출하기 상당히 쉽습니다. 그래서 float을 굳이 통과시켜 주려고 의도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float으로 작성한 코드는 그냥 틀렸다고 생각하고, double으로 해결하는 경우만 신경써도 충분합니다.

In Practice

그러나 문제에서 요구하는 계산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면 코드마다 사칙연산을 수행하는 횟수가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수 오차를 신경쓰는 게 문제가 물어보는 주요 포인트가 아닌 이상 실제 세팅할 때는 위에서 언급한 표의 모든 상수를 $10$ 정도로 놓고 오차 허용 범위를 설계하게 됩니다. 앞의 상수는 계산 횟수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

연산일반적으로 허용하는 오차
$a_\R+b_\R$절대; $10 \eps \left(|a|+|b|\right)$
$a_\R-b_\R$절대; $10 \eps \left(|a|+|b|\right)$
$a_\R\times b_\R$상대; $10 \eps$
$a_\R / b_\R$상대; $10 \eps$

굳이 $10$으로 두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상수와 계산 횟수는 비례하기 때문에, 상수가 너무 커질 정도로 계산 횟수가 많아지면 차라리 시간 초과가 나는 편이 낫기 때문입니다.

데이터 제작

특히 데이터를 제작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 자체에 오차가 있는 경우입니다. 데이터도 컴퓨터로 계산하는 것이기에 일반적인 방법으로 만든다면 데이터에도 그만큼의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고, 이렇게 오차가 있는 데이터를 기준으로 채점하면 오히려 맞아야 하는 답을 틀리다고 채점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실수를 많이 다뤄보지 않은 세터가 꽤 흔하게 하는 실수입니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 long double, __float128, Python Decimal, Java BigDecimaldouble보다 훨씬 정확한 자료형을 통해 계산합니다.
  • 가능한 경우 모든 계산을 정수로 수행합니다. 분모와 분자를 관리하는 분수 구조체를 만들거나, Python Fraction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정해 소스의 오차가 최대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double로 풀리게 하고 싶다면 데이터는 적어도 최대 $10^{-15}$만큼의 오차만을 갖도록 만드는 것을 권장합니다.

여담

다른 방식으로 오차를 구하는 글도 있던데 여기서는 왜 이렇게 구하나요?

아마 $a \pm b$의 오차 $\delta \left(a \pm b\right)$는 $\sqrt{\left(\delta a\right)^2+\left(\delta b\right)^2}$라고 설명하는 글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는 물리학 등에서 $a$와 $b$가 여러 번의 측정을 통해 얻어낸 평균값이고, 오차가 확률분포(특히 정규분포)에서 추출될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즉, 우리가 다루는 오차와는 다른 성격의 오차입니다. 여기에서는 수치해석적 관점에서의 오차 전파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무리하면서

부동소수점 오차는 참 다루기 힘든 주제입니다. 이 글이 부동소수점 오차에 대한 막연한 가늠과 추측을 해소하고 좀 더 좋은 문제들을 만드는 데 기여해, 제가 백준에서 맞왜틀을 덜 당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 작성에 도움을 주신 김영현kipa00님과 김준원junie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각주

  1. double의 경우 $0.1_\F$은 정확히 \[0.1000\,0000\,0000\,0000\,0555\,1115\,1231\,2578\,2702\,1181\,5834\,0454\,1015\,625\]입니다.
  2. $q=0$, $q=+\infty$, $q=\,$NaN, 그리고 $A = 0$인 경우는 예외입니다.
  3. 반면 두 값이 참값인 경우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온화한 소거benign cancellation라고 합니다.

모스크바 ICPC 월드 파이널에 다녀왔습니다 (2)

ICPC 월드 파이널 참석 후기 — Привет!

인천공항 코로나 검사센터

버거킹을 먹은 후에는 인터넷으로 미리 코로나 검사를 예약하고 인천공항 코로나 검사센터에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보건소에 가면 누구나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던 시절이었지만, 보건소 검사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르는 반면 러시아 입국 시각을 기준으로 72시간 내에 받은 검사 결과가 필요했기에 한 명 당 10만 원 가량의 거금을 들여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비행기는 오후 11시 반에 출발합니다. 오후 1시에 PCR 검사를 받고 무려 10시간을 때워야 하는 슬픈 상황입니다.

사실 레드시프트가 해외 대회를 치러 간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에 태국 방콕 리저널에도 참가했었는데요, 당시 제가 팀노트 25장 × 3권을 무려 잉크젯 프린트로 인쇄하느라 늦어서 공항철도에서 내리자마자 게이트까지 뛰어갔는데도 비행기를 놓칠 뻔 한 적이 있었던지라 이번엔 일찍 공항에 왔습니다.

semteo04의 화려한 카드 마술

카드 셔플 문제의 출제자 semteo04는 서강대학교 마술 동아리 MASU-Z 부원입니다. 시간을 때우면서 신기한 마술들을 볼 수 있었어요.

한별이 아크릴

제가 모스크바 여행을 다녀온다고 하니 solved.ac 일러스트 작가님이 여행객 한별이 아크릴을 선물해주셨습니다. 제가 평소에 메고 다니는 가방이랑 같은 걸 메고 있네요. 저는 정말 성덕이 아닐까요?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오래 걸어다니다 보니 피곤하고 덥고 온 몸이 땀 범벅이 돼서 샤워할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면세영역에 샤워실이 있다고 해서 일단 출국심사를 받았습니다.

사람 없는 공항

오른쪽이 출국심사대입니다. 심각한 코로나 상황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사람이 몇 명 안 보이는 공항 면세영역입니다. 터키나 러시아는 어떤 상황일지, 우리가 다녀오는 동안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면세구역 중앙이라 아직 몇 명 보이기는 하지만 게이트와 가까워질수록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어서 비현실적인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샤워실은 문을 닫았더라구요.

거대한 비행기와 작은 나

그렇게 이 시국에 해외에 나가보게 되었습니다.

여정표

앞선 포스트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 여정은 터키항공 TK091편으로 튀르키예(당시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까지 날아가고, 여기서 환승해 터키항공 TK413편으로 러시아 브누코보 공항까지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여정표만 보면 5시간 반 정도만에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튀르키예와 한국의 시차는 6시간이라 TK091편만 무려 11시간 반이나 걸립니다. 가 본 곳이 전부 아시아뿐이라 6시간 초과의 비행기를 타본 적 없는 저로서는 걱정 반 설렘 반이었어요. 와 내가 드디어 시차 적응이라는 걸 해볼 수 있다니!

운좋게도 제가 창가 자리라서 인천 야경을 찍을 수 있었어요.

인천의 야경

11시간 반 앉아 있으면 굉장히 배고프죠. 밤에 출발한 비행기라서 저녁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공항에서 저녁을 먹었지만 그냥 또 먹기로 합니다.

비빔밥

기내식은 비빔밥과 물고기 요리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고 비빔밥은 외국 항공사 기내식 치고는 꽤 맛있었습니다. 터키항공은 튀르키예의 자존심인가?

심지어 이 비행기는 (꽤 비싼 값을 주면) 엄청 느린 위성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 줍니다. 기내에서 여자친구에게 깜짝 밤인사를 전할 수 있었어요. 트위터를 할 수 있는 속도는 아니었고….

그렇게 밥을 먹고 편하게 잤습니다. 자고 일어나니까 밥을 한 끼 더 줍니다.

아침 기내식

11시간 반 비행이라 기내식이 두 개 나오는 것 같네요. 약간 느끼하지만 맛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나절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만 있는 거라 약간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피곤했기 때문에 먹고 또 바로 잤어요.

기념사진을 찍는 raararaara 선배를 찍는 shiftpsh의 기념사진

얼마 안 잤는데 튀르키예에 거의 도착해 있었습니다. 11시간 알차게 보냈네요! 답답한 비행을 가장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수면이 아닐까 싶네요.

굉장히 숙련된 파일럿이었는지 비행기 착륙을 무슨 고급 세단 승차감이 들도록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터키항공은 신인가?

아무튼 러시아에 가자마자 호텔에서 씻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한 네 명은 지친 몸을 이끌고 환승을 합니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면세점

이스탄불 국제공항은 웅장한 별천지였고 튀르키예는 다른 세계에 온 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방역 상황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인파입니다.

샤워실 안내판이 눈에 띄고 면세점 내에 제가 정말 좋아하는 쉐이크쉑도 있었지만 환승 시간 간격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라서 바로 게이트로 이동하기로 합니다.

튀르키예에서의 아침

현지시각 새벽 5시에 도착했고 새벽 7시 45분 비행기를 타야 되기 때문에 날이 밝아오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와의 시차는 6시간이지만 비행기에서 너무 잘 잤는지 시차는 이미 적응해버렸습니다.

환승 티켓

최종 목적지인 모스크바로 출발합시다! 이번엔 두 시간만 가면 됩니다.

아침 기내식

보통 서울-제주 비행기는 기내식을 주지 않는데 터키항공 TK413편은 두 시간 비행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기내식을 줍니다! 졸지에 아침 기내식을 두 개 먹어버린 돼지가 되었습니다. 꿀꿀. 근데 맛있었어요. 터키항공은 정말 최고의 항공사가 아닐까….

Привет, Россия!

러오환

긴 여정 끝에 드디어 러시아의 브누코보Внуково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셰레메티예보Шереметьево가 인천공항이라면 브누코보는 김포공항쯤의 포지션인 것 같습니다. 튀르키예는 가까운 나라니까요.

입국심사장으로 이동합니다. 러시아는 제1세계 국가들에게는 아직도 까다로운 입국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전쟁하기 전까지는 한국의 이미지는 굉장히 좋기 때문에 입국심사는 큰 걱정 없이 통과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두 명은 별 문제 없이 통과했습니다. 영어를 잘 모르는 눈치였는데, 영어로 몇 가지 물어보는 시도를 하더니 그냥 들여보내줬습니다.

하지만 두 명이 통과하고 나니까 입국심사대의 문이 전부 닫히고 다른 두 팀원이 입국심사대 저편에 갇혀 버렸습니다 …?

영문도 모른 채 30분동안 입국심사대를 경계로 두고 불안에 떨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니 함께 입국한 다른 한국인의 일행으로 오해받아서 여권을 압수당하고 이것저것 물어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서 이런 일을 겪다니 국제 이산가족 비슷한 게 될까 봐 정말 무서웠어요.

코카-콜라 바닐라

무서움은 코카-콜라 바닐라로 녹이기로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모스크바

모든 입국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공항 로비로 나왔더니 ICPC 자원봉사자 분들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WELCOME!

브누코보는 모스크바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라 모스크바 중심에 있는 숙소로 가려면 꽤 이동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ICPC에서 택시를 지원해 줘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얀덱스 택시

러시아판 카카오+네이버라고 할 수 있는 얀덱스Яндекс 택시를 두 대 불러 이동했습니다. 얀덱스는 검색엔진 회사인데 번역도 하고 택시도 하고 배달도 하고, 게임 플랫폼도 있고, 러시아 국내에서 구글보다 점유율이 높은 것까지 판박이입니다. 하나 다른 건 우리나라의 모든 곳에서 카카오 라이언 캐릭터를 볼 수 있는데 얀덱스는 캐릭터는 없는 거 같다 정도네요.

고속도로를 타고 크라운 플라자 호텔로 가는 길에서 차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는 한국 중고차도 간간히 보였습니다. ‘최대적재량 4500kg’라는 한글이 적힌 현대 트럭이 인상깊었어요.

모스크바는 이렇게 세 개의 큰 순환도로로 이뤄져 있습니다. 중앙에 있는 순환도로 안에 크렘린과 붉은 광장이 있고, 이 근처에서 ICPC 월드 파이널이 개최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브누코보 공항은 김포공항쯤 되고, 대회 장소는 광화문 근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제 모스크바 면적은 서울의 4배에 달하기 때문에 광화문 근처에서 이런 대회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그건 또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하튼 그렇습니다.

호텔은 대회 장소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역시 ICPC 8연속 우승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심장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ICPC여서 그런지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로비
객실
객실 뷰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지어진 러시아 건축 양식의 건물들이 보이는 멋진 뷰가 있는 객실이었습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모스크바 산책

첫째 날에는 다들 시차적응도 해야 했고 십 몇 시간동안 비행기 타고 고생하느라 많이는 못 돌아다녔습니다. 다만 멀리까지 와서 호텔에만 있기는 아까우니까 산책을 나가기로 합니다.

개인적으로 공공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서 눈여겨봤는데 모스크바의 그것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Moscow Sans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디자인 언어가 대중교통과 거리 안내판 등 많은 곳에 적용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다닙니다. 실내에서도요! 당시는 2021년 9월이었고 우리나라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오후 9시까지밖에 할 수 없었던 시국이었던지라 적잖은 문화충격을 받았죠.

숙소 근처 스몰렌스카야Смоленская 역까지 걸어가서 지하철을 타 보려고 역에 들어가서 노선도를 구경하고 있으니, 역무원 분께서 다가오셔서 미숙한 영어로 노선도에 그려진 붉은 별을 가리키면서 ‘여기 가면 멋진 거리도 있고 레닌 동상도 있다’ 같은 추천을 해주셨지만 여기까지 걸어온 것만 해도 힘에 부쳐서 내일 가 보기로 합니다.

스몰렌스카야 근처에는 아르바트Арбат 거리가 있습니다. 아르바트는 거리의 화가들이 많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돌아오는 길에 캔버스에 유화 그림을 그리는 화가 분을 뵐 수 있었어요.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광경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광경이라서 유럽에 왔다는 실감이 나게 해 주는 무언가였네요.

모스크바 음식

저희와 비슷하게 온 경북대학교 Catdriip 팀과 연락이 닿아서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합니다. 찾아간 곳은 서강대학교 프로그래밍 대회 문제 Ресторан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레스토랑 마트료시카Ресторан «Матрешка»입니다.

모스크바 강을 따라 걸어가면서 모스크바 야경을 볼 수 있었는데 밤의 모스크바도 엄청 예뻤습니다. 첫 번째 사진 왼쪽의 으리으리한 건물은 호텔이라고 하네요. 레스토랑 앞에는 마트료시카 조각상이 있었어요.

음식점에 들어오니 카운터에서 외투를 보관해 주시고 신발장처럼 번호표를 나눠주셨습니다. 이것도 신기한 부분이었는데, 며칠 살아보면서 느꼈던 부분이라면 러시아 사람들은 외투를 입고 대신 안에 따뜻한 옷을 입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실내 온도가 높은 대신 외투 보관소가 대부분의 시설에 있었던 느낌이었어요. 어쩐지 외투 입고 따뜻하게 입으니까 많이 덥더라구요.

왼쪽이 Redshift, 오른쪽이 Catdriip

dogdriip님과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서 자주 뵈었지만 exqt 님과 skeep194 님은 초면이었습니다. 이쪽도 여러 사정으로 인해 2019년 서울 리저널 팀 구성과는 약간 다른 구성으로 출전했습니다.

메뉴판에 약간 의외의 음식이 보이는데, 러시아에는 의외로 전통 만두Пельмени가 있고 꽤 대중적이라고 합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영향을 모두 받은 결과일까요?

저는 닭고기 포자르스키 코틀레타Пожарские котлета을 주문했습니다. 이름은 뭔가 치킨까스일 거 같고, 생긴 것도 실제로 도깨비방망이 같은 걸 끼얹은 치킨까스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되게 부드러운 다진 닭고기 튀김입니다.

맛은 예상할 수 있는 맛보다 맛있고, 약간 느끼했고.. 식감은 고로케 같은 느낌이었어요. 고로케도 좋아하고 닭고기도 좋아해서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들었어요! 아마 서울에서 러시아 식당을 갈 일이 생긴다면 메뉴판에서 찾아보게 될 것 같네요.

물이 부족해서 더 달라고 요청했는데 이게 나중에 영수증에 떡하니 적혀 있었다는 점은 조금 당황스러웠네요. 심지어 에비앙… 무려 2,070루블, 당시 가격으로 33,120원이 7인 식사의 물 값으로만 나갔다는 건데… 이럴 때는 한국이 역시 최고인 것 같고 그렇죠.

알 수 없는 사진

러시아는 음식점 9시 영업제한 같은 게 따로 없었어서 늦게까지 맛있게 먹고 야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모스크바에서의 하루

아직 ICPC 공식 일정 시작까지는 하루 더 남은 관계로 다음 포스트도 아마 관광 이야기가 될 것 같네요. 1년만에 다시 쓰려니까 기억이 조금씩 사라져가는데 빨리 쓸 걸 하는 후회가 남습니다… 빨리 ICPC 얘기 하고 싶은데 어떻게 대회가 6일치 일정이나 되는지 모르겠네요. 여유가 되는 대로 더 써 보겠습니다!

시리즈: ICPC World Finals Moscow

  1. 모스크바 ICPC 월드 파이널에 다녀왔습니다 (1)
  2. 모스크바 ICPC 월드 파이널에 다녀왔습니다 (2)

UCPC 2022에서 번거로운 디스크립션 작업을 초고속으로 해결한 방법

사용해 보기: BOJ 디스크립션 툴 / 소스: GitHub


한국에서는 프로그래밍 대회가 많이 열립니다! 정말 고무적인 일입니다.

의외로 전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ICPC 리저널이 매년 열리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2005년부터 매년 대회를 열어 작년에는 무려 17번째 교내 프로그래밍 대회가 열렸고, 전국 대학생 프로그래밍 대회 동아리 연합에서는 올해로 11번째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넥슨과 삼성전자 — 대한민국 최고의 게임 기업과 대한민국 최대의 정보기술 기업 — 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대회를 열고 있습니다(각각 7회, 8회째). 최근에는 현대모비스 및 여러 스타트업들도 자체 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프로그래밍 대회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동아리 및 커뮤니티 대회 개최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데요, 백준 온라인 저지가 학교/동아리 대회에 대해 무료로 채점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는 건 참 다행인 점입니다.

디스크립션 작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하지만 이런 좋은 플랫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사이트 대회에서는 문제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디스크립션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근본적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 출제자: (BOJ에서만 지문을 수정하고) 디스크립션 수정했어요!
  • 검수자 A: (출력할 문제지를 보면서) 🤔 어디가 수정됐다는 거지…
  • 검수자 B: (BOJ 지문과 출력할 문제지가 다른 상황을 보면서) 😵 어느 쪽이 의도된 지문일까?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세팅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있다면 BOJ와 문제지 중 한 쪽을 유일한 원천single source of truth으로 두고 작업하도록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지문 작업은 BOJ에서만 하고 마지막 날에 모든 문제를 문제지에 옮긴다던가, 아니면 반대로 하는 식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문제지를 Google Docs나 Word 등에서 작업하고 BOJ Stack에 붙여넣으면 포매팅이 영 이상해집니다.

어느새인가 들어가 있는 볼드, 전부 깨져 있는 수식
  • BOJ에 문제를 올리려면 HTML이 꽤 깨끗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은 제약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워드 프로세서는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죠. 이 제약 때문에 워드 프로세서에서 바로 붙여넣기할 수 없습니다.
  • 그렇다고 메모장에 붙여넣은 후 거기서 다시 가져오자니 열심히 만들어 둔 예쁜 리스트와 수식들이 전부 깨집니다. 공들여 만든 수식 $X=\frac{p_1l_1+p_2l_2+\cdots +p_Nl_N}{p_1+p_2+\cdots +p_N} =\frac{\sum_{i=1}^{N}p_il_i}{\sum_{i=1}^{N}p_i}$를 붙여넣었더니 X=p1l1+p2l2++pNlNp1+p2++pN=i=1Npilii=1Npi가 되어 있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겠죠.

반대로 가자니… BOJ 수식 렌더 방식은 LaTeX인데, 이걸 그대로 지원하는 워드 프로세서는 잘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Markdown 기반으로 작업하자니 글자에 색상을 못 넣는다거나 그림 포매팅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등의 제약이 많습니다.1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프로그래밍 문제의 디스크립션에는 수식이 정말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ICPC를 비롯한 여러 대회에서 여러 세터들이 LaTeX로 세팅하는 편입니다. 요즘에는 문제 제작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플랫폼인 Codeforces의 Polygon 플랫폼도 디스크립션을 LaTeX로 입력하도록 하고 있으며, UCPC도 LaTeX로 문제지를 세팅하고 있습니다.

BOJ의 수식 렌더 방식이 LaTeX라니 뭔가 순조롭게 옮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LaTeX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가령…

  • 수식뿐 아니라 본문에서도 여러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lpha 명령어는 그리스 문자 α를 입력합니다.
  • 리스트도 명령어를 쳐서 만듭니다. \begin{enumerate} ... \end{enumerate} 등입니다.
  • 기타 LaTeX만의 이상한 점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는 무조건 오른쪽 닫는 작은따옴표입니다. ``는 왼쪽 여는 큰따옴표를 렌더합니다.

결국 지금까지는 어떻게 하든 문제마다 디스크립션을 한 땀 한 땀 옮겨 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이런 작업을 2019/2020/2021년 서강대학교 프로그래밍 대회, 2020/2021 겨울/2021 여름 신촌 연합, UCPC 2020의 일곱 번의 대회에서 모든 문제에 대해 해 왔고 올해도 숨은 왼쪽 여는 따옴표 찾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만들었습니다: 디스크립션 툴

BOJ 디스크립션 툴

그래서 LaTeX, 특히 Polygon 플랫폼과 많은 대회들이 사용하는 olymp.sty 형식 디스크립션들을 복사-붙여넣기할 수 있는 HTML로 바꿔 주는 툴을 만들었습니다. latex-utensils를 이용해 LaTeX를 파싱해 AST로 만들고, AST를 탐색하면서 다시 HTML로 빌드해 주는 툴입니다. 생성되는 HTML은 BOJ Stack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HTML 수식 모드

원하는 경우 MathJax를 사용하지 않고 sup, sub, em 등을 이용해 수식을 렌더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드에서 렌더한 모든 수식도 BOJ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 LaTeX에서는 연산자와 문자 사이에 띄어쓰기가 없더라도 변환된 HTML에는 자동으로 띄어쓰기가 들어갑니다.
  • 수식 안에 있는 모든 문자는 HTML로 변환할 때 이탤릭이 됩니다.
  • \times&times;가 됩니다. - (빼기 기호)는 &minus;가 됩니다.

라이트 버전 MathJax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직 안 되는 것들도 있습니다. 명령어 재정의와 tabular 환경, 그리고 이미지 지원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미지 지원을 제외하고는 아마 다른 대회에서 출제/검수를 맡게 될 때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뀐 워크플로우

이제 Polygon 패키지 혹은 문제지를 만들고, 변환기의 도움을 받아 HTML로 변환한 뒤 BOJ Stack에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됩니다.

디스크립션 작업을 버전 관리가 되는 Polygon 혹은 실시간 편집이 되는 Overleaf의 둘 중의 하나로 일원화할 수 있어서 플랫폼 간의 컨플릭트가 사라지고, LaTeX에서 HTML 또는 HTML에서 LaTeX로 변환하는 과정을 더 이상 손으로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실수할 여지도 줄어들고 시간도 아낄 수 있습니다. 디스크립션 변환할 시간에 틀린 풀이 하나 더 짜고 데이터 하나 더 만들어 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UCPC 2022의 모든 문제를 이 툴을 사용해 변환했습니다. 모든 변환은 클라이언트에서 이루어지니 문제 유출 염려 없이 안심하시고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ckeditor 대응

Stack은 ckeditor를 쓰고 있는데, 포매팅이 있는 외부 HTML을 복사-붙여넣기하면 시맨틱한 요소를 빼고 모든 포매팅을 지워 버립니다. 아래 스크립트를 실행해 붙여넣기 필터를 전부 없애 줘야 합니다.

var o=CKEDITOR.filter.instances;Object.keys(o).forEach((k)=>o[k].disable())

여담

툴이 완벽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니 버그를 발견하신 경우 GitHub에 이슈 혹은 PR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각주

  1. 디스크립션에서 글자에 색상을 넣지 못하는 건 의외로 중요한 이슈입니다! 특히 입력부에서 제시하는 어떤 문자열을 그대로 출력하라고 할 때 모노스페이스 폰트와 함께 글자 색상을 바꾸면 가독성이 굉장히 향상됩니다.

알고리즘 문제해결의 관점에서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것은

언어는 도구에 불과하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모든 도구는 용도와 장단점이 있습니다. 알고리즘 문제해결 필드에서 언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요?

프로그래밍 대회에서의 문제해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예정이지만 이제는 코딩 테스트도 알고리즘 문제해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먼저 코딩 테스트에 대해 간단하게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코딩 테스트

© 프로그래머스

코딩 테스트는 기업이 많은 지원자를 세심하게 리뷰하기 힘들기 때문에 두는 스크리닝screening 과정 중 하나로, 코딩 테스트 문제의 출제 목적은 수험자의 구현력과 논리적 사고력이 일정 수준 이상인지 평가하는 데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같은 알고리즘을 짠다면 C++로 짜는 게 시간/공간 사용량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업에서 모두가 C++을 사용하지는 않죠? 가령 Typescript로 백엔드 개발을 하는 조직이 있는데 C++로 지원자를 평가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지원자는 C++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Javascript에서 하던 것처럼 vector<int> 값을 &*도 안 붙이고 함수 인자로 넘겨버립니다.1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요? 지원자는 제 실력을 못 내고, 회사는 지원자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코딩 테스트 문제들의 시간 제한과 메모리 제한은 언어마다 다르도록 설정하거나 언어에 따라 배수를 두는 편입니다. 그래서 저는 코딩 테스트를 준비하시는 분들께는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언어 혹은 입문하기 쉬운 언어로 시작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프로그래밍 대회

반면에 프로그래밍 대회들은 C++을 사랑하기로 유명합니다.

왜 그럴까요?

세팅하는 입장에서

고통의 근원

문제를 만드는 입장에서 여러 언어의 존재는 참 머리아픈 일입니다. $\mathcal{O}\left(n^2\right)$ 솔루션은 돌게 하고 싶지만 $\mathcal{O}\left(n^2 \log n\right)$은 돌지 않게 하고 싶은 경우에서 C++만 놓고 생길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 $\mathcal{O}\left(n^2\right)$ 솔루션 — 1.4초
  • $\mathcal{O}\left(n^2\right)$ 솔루션 + mmap fast I/O + Ofast — 1.0초
  • $\mathcal{O}\left(n^2 \log n\right)$ 솔루션 — 2.4초
  • $\mathcal{O}\left(n^2 \log n\right)$ 솔루션 + mmap fast I/O + Ofast — 2.0초

보통 시간 제한은 틀린 솔루션의 0.5배 시간 미만, 모델 솔루션의 2배 시간 초과 정도로 잡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이 오면 약간 애매해지게 됩니다. 이제 세터는 어느 장단에 맞출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 문제 상황과 $n$을 요리조리 바꿔 보면서 모델 솔루션과 틀린 솔루션 사이의 격차 늘리기
  • 상수 최적화를 문제 컨셉으로 잡고 시간 제한을 1.5초로 걸기
  • 그냥 fast I/O + Ofast까지 쓰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노력을 인정해 주기 위해 시간 제한을 2.0초로 걸기
  • 이미 기획된 난이도 커브를 벗어나더라도 아예 $\mathcal{O}\left(n^2 \log n\right)$를 정해로 두고 시간 제한을 4.0초로 걸기

여기에 이제 Python이 추가된다고 해 봅시다.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은 이렇습니다.

  • C++ 기준으로 시간 제한을 1.5초로 줬는데 Python $\mathcal{O}\left(n^2\right)$ 코드가 2.0초에 도는 경우
  • C++ 기준으로 시간 제한을 1.5초로 주고 대회 플랫폼의 추가 시간 규정에 따라 추가 시간을 6.5초로 줬는데, Python의 $\mathcal{O}\left(n^2 \log n\right)$ 솔루션이 4.0초에 도는 경우
  • 온갖 짓을 다 해서 최적화한 Python $\mathcal{O}\left(n^2\right)$ 코드가 2.4초에 도는 경우
  • 온갖 짓을 다 해서 최적화한 Python 코드가 결국 메모리를 1GB 이상 사용해서 터지고, 메모리를 최적화하려고 봤더니 이번엔 시간이 터지는 경우
  • Python으로 풀면 현저히 쉬워짐
  • Python 코드가 set이나 dict를 사용2

결국 언어가 하나 추가될 때마다 모든 언어에 대해 문제 상황과 시간 제한, 그리고 데이터를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빠집니다! 특히 언어별로 추가 시간을 주지 않는 일반적인 ICPC 스타일 대회의 경우 시간 제한 설정의 난이도는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솔루션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도 언어별로 조심해야 할 점들이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구요.

이렇게 여러 언어를 대응하는 것은 공수가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보통은 C++ 솔루션만 작성하고 다른 언어의 통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알고리즘 대회에서 코드 간 형평성은 시간 복잡도를 기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언어별 추가 시간을 줬다가 Python에서 비효율적인 시간 복잡도로 작성한 코드가 통과할 수도 있고요.

참가자 입장에서

그래서 프로그래밍 대회 참가자 입장에서는 C++ 스탯만 쌓아도 충분합니다. 프로그래밍 대회들이 C++에서 풀기 까다로운 문제들을 잘 안 내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결가능성이 C++만으로 보장되더라도, 보통은 다른 언어들의 사용을 어느 정도 허용하기 때문에 여러 언어들의 사용 방법을 알아 둬서 나쁠 건 전혀 없습니다. 문제를 읽고 머릿속에서 코드 길이 견적을 내 봤는데 C++ 코드보다 Python 코드 길이가 훨씬 짧다면, Python으로 코드를 짜고 해결 시각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어별로 특징적인 기능들이 존재하는 경우 이 기능들을 최대한 활용해 문제해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C++이 아닌 언어에서 문제해결이 현저히 쉬워지는 몇 가지 예를 소개합니다.

문자열 다루기 — Python

문자열 파싱은 Python에서 쉬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C++의 std::string은 일반적으로 다른 언어에는 있는 split이 없고, char를 하나하나 처리하기 싫다면 std::istringstream 등을 이용해야 합니다.
  • C++의 경우 비 ASCII 문자의 처리가 어렵습니다. 비 ASCII 문자들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 C++의 정규식은 활용하기가 귀찮게 되어 있습니다.
  • Python의 f-string이 너무 강력합니다.

C++로 문자열에서 숫자들을 찾는 정규식을 구현하면 이렇게 됩니다.

regex re("\\d");
string str;

auto begin = sregex_iterator(str.begin(), str.end(), re);
auto end = sregex_iterator();
for (auto iter = begin; iter != end; iter++) {
    smatch match = *iter;
    cout << match.str() << " ";
}
cout << endl;

Python으로는 비슷한 작업을 아래와 같이 할 수 있습니다.

import re

p = re.compile('\\d')
result = p.findall(str)
print(result)

크고 정확한 수 다루기 — Python, Java, Kotlin

C++에서 가장 큰 부호 있는 정수 자료형은 $2^{63}-1 \approx 9.2 \times 10^{18}$까지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3 많은 문제들의 $N$ 제한이 $10^{18}$을 잘 초과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범위를 넘어가는 수의 사칙연산이 필요하다면 직접 구현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큰 수의 곱셈과 나눗셈의 경우 단순히 $\mathcal{O}\left(1\right)$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n$자리 곱셈을 초등학교에서 하듯이 구현하면 $\mathcal{O}\left(n^2\right)$의 시간이 걸리며, 더 효율적인 곱셈 방법이 필요하다면 $\mathcal{O}\left(n^{\log_2 3}\right)$의 Karatsuba 알고리즘 혹은 $\mathcal{O}\left(n \log n\right)$의 FFT를 짤 수 있어야 합니다.

Java와 Kotlin의 경우 $9.2 \times 10^{18}$을 초과할 수 있는 BigInteger를 지원합니다. Python은 아예 정수형 자체에 범위가 없고, 다룰 수 있는 수의 이론적 상/하한이 없습니다. 곱셈은 OpenJDK의 경우 자릿수에 따라 나이브, Karastuba 혹은 Toom–Cook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CPython의 경우에도 자릿수가 작으면 나이브, 크면 Karatsuba 알고리즘을 사용합니다.

정수 곱셈 문제들을 FFT로 풀 수 있듯이 이 사실에 기반해 FFT 문제를 Python 정수로 풀 수도 있기는 합니다. 아래는 이동 (BOJ #1607)를 실제로 Python으로 해결한 코드입니다. Karatsuba는 FFT보다 느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추천하지는 않고 대충 이런 방법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기 위해 남깁니다.

정확한 유리수 표현arbitrary precision이 필요한 경우 Python decimal과 Java BigDecimal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Python은 어떤 유리수도 표현 및 계산할 수 있는 Fraction 모듈을 제공합니다.

특히 Google Code Jam에서는 제한이 $10^{18}$을 초과하는 큰 수를 다루는 문제들이 종종 등장하므로 알아 두면 좋습니다.

모듈로 곱셈 역원 — Python

C++에서 mod $p$의 나눗셈을 하려면 보통 Fermat의 소정리($n \times n^{p-2} \bmod p = 1$)를 바탕으로 분할 정복을 이용한 거듭제곱을 구현합니다.

놀랍게도 Python의 내장 pow 함수는 서로소인 $n$과 $m$에 대해 $n \bmod m$를 빠르게 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m$이 소수가 아니어도 됩니다. C++에서는 $m$이 소수가 아닌 경우에는 Euler’s totient function 혹은 확장 Euclidean 알고리즘 구현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잉여역수 구하기 (#15995)는 Python으로 무려 두 줄만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각형의 bool 연산 다루기 – Java, Kotlin

다각형의 bool 연산(and, or, xor 등)은 C++로 직접 구현할 경우 상당히 다루기 힘든 주제입니다. Java의 java.awt.geom은 이런 작업들을 처리해 주는 구현체입니다. 단순다각형뿐만 아니라 원, 타원, 2-3차 베지어 곡선 등으로 이루어진 도형의 불 연산을 처리할 수 있고, 구한 도형의 꼭짓점 정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java.awt.geom 패키지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면 난이도가 꽤 낮아지는 문제들의 예시로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다만 충분히 효율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다각형의 불 연산 문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Lonely mdic (BOJ #10900)이나 직사각형의 합집합(BOJ #2185) 같은 문제는 geom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메모리를 많이 사용한다는 Java 언어 자체의 한계도 존재합니다.

정리하면

누군가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코딩 테스트가 아닌 대회 준비로 시작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C++을 추천할 것입니다. 적어도 2020년대에는 C++만 배워도 대회에 등장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C++이 모든 경우에서 제일 좋은 툴은 아닙니다. 도구상자에 여러 도구들이 있다면 특정 상황에서 조금 더 편한 도구들을 꺼내 쓰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도구의 장단점을 정확히 알고 적재적소에 가져다 쓰는 것도 경쟁 프로그래머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주

  1. C++에서는 모든 함수 인자가 기본적으로 값을 복사해 전달되며 vector<int>와 같은 동적 배열 타입도 그렇습니다. 반면 Javascript 등의 언어는 기본 자료형이 아닌 모든 함수 인자는 레퍼런스를 복사해 전달됩니다.
  2. Python의 setdict는 룩업에 $\mathcal{O}\left(n\right)$가 되도록 하는 데이터를 제작하기 쉽습니다. 이는 사실 C++의 std::unordered_map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라이브러리 내부 자료 구조의 동작을 묻는 것은 문제의 포커스에서 벗어나 있기는 하지만, 대회 컨셉과 형식에 따라(예를 들어 참가자가 다른 참가자의 제출을 저격할 수 있는 TopCoder 혹은 Codeforces 등) 고려할 여지가 있습니다.
  3. G++이라면 __int128을 써서 $2^{127}-1 \approx 1.7 \times 10^{38}$까지는 어찌어찌 타협을 볼 수도 있겠습니다.

모스크바 ICPC 월드 파이널에 다녀왔습니다 (1)

ICPC 월드 파이널 참석 후기

여기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 두 명과 펍지 엔지니어 한 명, 넥슨 엔지니어 한 명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쩌다 이런 시국에 인천공항 버거킹에 모이게 되었을까요.

세렌디피티

휴가를 쓰고 호캉스를 온 날 조식을 먹으러 가려던 찰나 이상한 메일을 받게 됩니다. Fwd: ICPC World Finals Moscow – Sogang University라는 제목의 메일입니다. 월드 파이널? 대체 왜? 하는 심정으로 열어본 메일에는 믿기 힘든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서강대학교 ICPC 관련인들께, […] 팀 Redshift가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월드 파이널의 참가 자격을 얻게 되었습니다. 10월 1일에서 6일까지 모스크바에 올 수 있으면 됩니다. 한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모스크바까지 오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 참석 가능성에 대한 회신이 없는 관계로) 팀이 정말 희망이 없는지 ICPC 매니저께서 확실히 알아야 합니다. 임 코치님께 회신을 요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월드 파이널이라니? 내가? 왜?

2년 전에 ICPC 서울 리저널에서 8위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8위까지 티켓이 내려갔다니, 싶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닌 것 같습니다. 침착하게 아래에 포워딩된 메일을 읽어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코치님, […] 8월 9일 오후 11:59 CST까지 회신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때까지 회신이 없으면 참가하지 못하는 걸로 간주하도록 하겠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자유롭게 회신 부탁드려요. 월드 파이널에서 뵙길 바라겠습니다!’

맙소사, 오늘은 8월 12일인데…

빠르게 머리를 굴려 봅니다. 스팸메일은 아닌 거 같다. 진짜 월드 파이널에 진출한 거 같긴 하다. ICPC 본부에서 8월 9일까지 답장을 주라고 했는데, 8월 12일에 이런 메일이 왔다. 그것도 학회 홈페이지 맨 밑에 적힌 메일 주소로 왔다.

그러면 제가 할 일은 명확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회신을 보내야 합니다. 바로 코치 교수님과 팀원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협조를 구했습니다.

첫 번째 산: 참가 신청

2019년 레드시프트는 17학번 박건(lvalue), 17학번 이준석(semteo04)과 저(shiftpsh)로 이루어진 팀이었습니다. 같은 나이라서 서로 편하게 반말하고 있어요.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라면 이름보다는 핸들이 더 익숙할 테니, 앞으로는 핸들로 적도록 하겠습니다.

semteo04는 펍지에서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입니다. 그렇다는 건 보통 평일 아침에 일어나 있고, 따라서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누구보다 경쟁 프로그래밍에 진심인 친구여서 아마 월파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휴가를 쓰고 비행기에 함께 오를 것입니다. 그리고 몇 분 안 지나 제가 옳게 봤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lvalue는 졸업하고 KAIST AI대학원에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아침에 안 일어나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도 전화를 안 받기로 유명합니다. 나중에 연락하기로 합니다. 다행히도 트위터 맞팔이라, 멘션이나 DM을 보내면 곧잘 확인할 것입니다.

코치 교수님께서는 제 어셈블리프로그래밍 교수님이셨는데, 당시 러시아발 해외입국자는 14일 자가격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본인께서는 참석하지 않길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이후 받은 lvalue의 연락에서 연구하느라 바빠서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부터 두 가지 문제가 생겼습니다.

  • 코치가 참석할 수 없다면 팀의 참가자격은 유지되는가.
  • 팀원이 참석할 수 없는 경우에도 그러한가.

다행히도 예외적인 경우였기 때문에 팀원을 2019년 혹은 2020년 리저널 참가 이력이 있는 학생으로 대체 가능했으며, 코치가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2021년 레드시프트는 lvalue 대신 전해성(seastar105) 선배와 함께 UCPC에 출전해서 5등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구성으로 다시 출전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seastar105 선배께서는 당해년도 리저널 본선 출전 이력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학회 슬랙에서 최대한 빠르게 모집했습니다. 이윤제(yjyj1027) 선배와 이상원(gumgood) 선배께서 빠르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gumgood 선배께서 더 빠르게 연락을 주신 관계로, 이렇게 모스크바행 레드시프트가 결성되었습니다. 메일을 받고 7시간만입니다.

ICPC 시스템에 등록된 화면

이후 임지환(raararaara) 선배께서 co-coach로 오시길 희망하셔서, 이렇게 4명이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티켓은 10위(UNIST Underdog 팀)와 11위(경북대학교 Catdriip 팀)까지 내려가서 한국에서만 7개 팀이 출전하는 유례없는 해가 되었습니다. 대회 참가를 위해서는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했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한국과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백신 수급 상황이 좋지 않거나, 러시아발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조치가 강력했거나, 아예 입출국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비교적 나은 방역 상황으로 인해 운좋게 티켓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산: 백신

사람들은 종종 제 장점을 강력한 추진력을 가졌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대로 말하면 앞만 보고 가느라 사소한 것들을 놓치는 건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참가할 수 있다고 질러놨지만…

참가자들은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합니다

…출국 전에 예방접종을 완료해야 했습니다. 출국 예정일은 9월 말, 지금은 8월 12일이었습니다. 50일가량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fully vaccinated의 의미는 ‘접종 완료 후 14일 경과’이고, ‘접종 완료’는 2차접종이 필요한 백신의 경우 2차접종까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2차접종을 36일 안에 받아야 한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네 명 모두 1차조차 미접종이었습니다. 당시 Pfizer 백신은 1차와 2차접종 사이 간격이 6주(=42일)였고, 그조차도 접종받기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먼저 정부의 도움을 얻는 방법을 알아봤습니다. 질병관리청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고 합니다. 왠지 오래 걸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ICPC는 소관부처가 어디일까요? ICPC는 경제활동일까요?

초청장이 있긴 하지만 여권번호가 적혀 있지 않아 아마도 승인해주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서류를 작성해 보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불승인되면 출국할 수 없게 됩니다. 불확실한 도박에 걸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머리를 싸매면서 각자의 방법으로 갖가지 채널로 문의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도 저희 어머니께서 동네 병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예약을 성공하셨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저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동네 브루트포싱으로 1차접종 예약에 성공합니다. 접종일은 바로 이틀 후인 8월 14일이었습니다.

8월 14일은 UCPC 본선이기도 했습니다.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바로 서강대 앞 스터디 카페로 달려가 UCPC 본선을 치뤘습니다.


1차접종은 가능한 한 최대한 빠르게 했지만 2차접종을 앞당기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당시 Pfizer 백신은 6주 후에 접종이 가능했습니다.

다행히도 접종 간격을 앞당기는 것은 보건소에 문의를 넣으면 비교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양천구보건소에 수십 번 전화를 시도한 끝에 접종 간격을 4주로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팀원 모두가 9월 11일에 2차접종을 완료했고 9월 말 출국 일정에 차질이 없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산: 여행 일정과 경비

semteo04와 저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무 중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면 대학생이지만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뜻이고, 그게 무슨 뜻이냐면 여행을 다녀오려면 휴가를 써야 된다는 뜻입니다. 남은 휴가일 수를 고려해서 여행 일정을 잘 짜야 합니다.

또 하나 문제는 여행 경비였습니다. ICPC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대회 기간 중의 숙식 비용뿐이었습니다. 대회 기간을 벗어난 비용과 비행기값은 우리가 부담해야 했고, 이는 결코 만만한 비용은 아닙니다.

학교의 힘을 빌리기로 합니다. 방콕 리저널에 참가했을 때

㉠학교 대표가 아니라서 지원해줄 수 없다, ㉡학교 대표로 중국(2010년 월드 파이널) 갈 때는 지원해줬으니 나중에 ㉢학교 대표가 되어 와라’

는 말을 듣고 살짝 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제는 학교가 뭐야 국가대표가 되었으니 당당히 지원해 달라는 연락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학교 대표가 되더라도 시국에 학교가 지원을 해주는 것도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백신 접종 간격을 4주로 단축시키기 위해 + 휴가를 쓰기 위해 당장 항공권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정말 감사하게도 ㉡학교 대표의 최백준(baekjoon) 선배께서 도와주실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외교부 홈페이지를 바쁘게 뒤져보면서 경유 노선을 찾아봤습니다. 유력 후보를 조사한 결과 다음과 같았습니다.

  • (모든 나라) → 러시아: ICPC에서 특별 비자를 발급해 줄 예정
  • 한국 → 폴란드: 도착 후 24시간 이내 출국(경유) 시 자가격리 면제
  • 한국 → 터키: 접종확인서가 있는 경우 자가격리 면제
  • 한국 → 프랑스: Pfizer, Moderna, AstraZeneca 백신 2회 접종 후 2주 경과
  • 한국 → 네덜란드: 접종확인서가 있는 경우 자가격리 면제

따라서 한국 → 러시아, 한국 → 폴란드 → 러시아, 한국 → 터키 → 러시아 중 하나를 타는 게 이상적이어 보였습니다. 가는편으로는 출발 시간이 제일 괜찮아 보였고 최단 소요시간이 붙어 있었던 폴란드항공을 타고 가기로 합니다. 백신 접종 연장을 위해 항공권이 당장 필요했고, 제가 당장 보유 현금은 제일 많았기에 일단 결제했습니다.

이번 달 끼니는 삼각김밥으로 때워야 합니다.

그리고 오는편은 가격이 싼 터키항공으로 예약했습니다. 항공권 예약을 마치고 백신접종 기간도 단축시키고 휴가도 썼습니다. 미필인 semteo04와 저는 국외여행허가서 신청을 완료합니다. 남은 휴가 8일 모두를 러시아에 쏟아부었습니다. 다만…

네 번째 산: 지원 불가, 그리고…

법인카드 결제분만 지원이 가능하며, 그 중에서도 재학생에게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결제했기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백준님께는 죄송하게 된 일이지만 사실 그렇게 큰 충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경유항공편의 경우 경유지를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폴란드가 없었습니다.

ICPC 운영 측에 비자 발급을 도와줄 수 있느냐고 여쭤봤더니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입국승인 행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안심해도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불안하지만 일단은 안심합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오는편이 연착되었습니다. 연착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휴가를 전부 소모해버려 이대로면 산업기능요원 복무가 연장되고 맙니다.

결국 불안했던 가는편을 포함해 모든 항공권을 취소하고, 새로 여정을 짜기로 했습니다. 가는편은 9월 28일 터키 경유 밤비행기로, 오는편은 10월 8일 대한항공 직항으로 결정합니다.

새로 항공권을 결제하면서 2명분의 경우 학과 지원을 받을 수 있었고, 나머지 2명분의 경우 네 명이 똑같이 분담하기로 결정했습니다(~32만 원). 싼 값에 러시아 다녀오는 셈 치고요.

ICPC 대시보드의 호텔 예약 UI

ICPC 대시보드에는 호텔 예약 정보 조회 기능도 있습니다. 신기하죠.

호텔은 대회 기간 중에만 지원되었습니다. 여정 중에 대회 기간이 아닌 기간의 경우 따로 결제했습니다. 다행히도 따로 결제한 날들과 지원받은 날들의 예약을 합쳐 주셔서 방을 옮기지 않고 지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공항에서 PCR 테스트만 받고 결과지를 챙겨 가면 모든 준비는 끝납니다.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6시간가량이 걸린다고 합니다. 가는편을 밤비행기로 변경한 덕분에 당일에 검사를 받아도 문제없게 되었습니다.

이스탄불으로

한국을 떠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출국심사를 마치고 경유지인 이스탄불로 이동합니다.

공항 도착 이후의 이야기는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다음 포스트에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시리즈: ICPC World Finals Moscow

  1. 모스크바 ICPC 월드 파이널에 다녀왔습니다 (1)
  2. 모스크바 ICPC 월드 파이널에 다녀왔습니다 (2)

2022년에 React 컴포넌트 라이브러리 만들기

@solved-ac/ui-react를 만들기 위한 여정

TL;DR:

  • create-react-library는 쓰지 마세요.
  • peerDependencies에 추가하는 라이브러리는 devDependencies에도 추가하세요.
  • styled-components 기반 라이브러리에서 SSR 이슈가 발생한다면 이 글을 참고하세요.

저는 다음 달이면 3년차가 되는 프론트엔드 개발자입니다. 하나 고백하자면, 안타깝게도 저에게는 프론트엔드 사수가 있었던 적이 없습니다. 여태까지 독학한 React 지식으로 얼렁뚱땅 일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잘 먹혔습니다.

근데 이제 파트장입니다. 야 이거 큰일 났다. 면접도 내가 봐야 되고 신규입사자 교육도 내가 해야 되는데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네…

그래서 인터넷의 힘을 빌리기로 합니다.

작성했던 코드를 잘 짰던 못 짰던 일단 올리고 보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사수 분들이 마구마구 생기겠지? 회사 코드를 올릴 수는 없고, 마침 개인적으로 컴포넌트 재사용에 대한 니즈가 있던 solved.ac 코드를 정리해서 올려보기로 합니다.

첫 삽 뜨기

모르는 게 있을 때 취해야 하는 참된 개발자의 자세, 바로 구글 켜기입니다.

구글에 creating a react component library를 검색한 결과

1시간 정도 구글링해본 결과 아래 옵션들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Bit은 좋아 보이지만 나중에 뭔가 하려면 돈을 내야 될 것 같은 분위기를 느껴서 제외했습니다. 그냥 rollup을 직접 쓰는 것과 create-react-library의 도움을 받는 것 중에서 고민하다가 create-react-library를 골랐습니다. 간단해 보여서였습니다.

프로젝트를 만들고 기존에 쓰던 테마 정의와 함께 Button 컴포넌트를 옮겨왔습니다.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이 왜 any?

분명히 테마도 타입 정의가 잘 되어 있고 styled-components도 잘 임포트되어 있는데 테마 속성들이 전부 any로 뜹니다. 심지어는 styled component prop도 any가 뜹니다. 타입 추론이 없는데 어떻게 개발을 합니까? 이건 천재지변입니다.

styled-componentspeerDependencies에만 있고 devDependencies에는 없었음을 확인하고 고치는 데는 의외로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dependencies, devDependencies, peerDependencies

TL;DR: 라이브러리를 개발할 때 peerDependencies에 뭔가를 추가하려면 devDependencies에도 똑같은 패키지를 추가해야 합니다.

너무 기니까 dependencies를 줄여서 deps라고 부르도록 합시다.

depsdevDeps는 패키지를 빌드했을 때 프로덕션 번들에 포함되는지 아닌지의 차이가 있습니다. devDeps에는 주로 @types/*라던가 Prettier, Babel 플러그인과 같이 개발 과정이나 빌드 등을 도와주는 패키지들이 들어갑니다. 이미 완성된 코드에다 ESLint를 돌릴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depsdevDeps는 사실 일반적인 프론트엔드 프로젝트에서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이는 webpack의 번들 방식 때문인데, webpack은 entryPoint부터 시작해서 import들을 따라가면서 패키지들을 필요에 따라 넣기 때문입니다. create-react-app@types/* 같은 의존 패키지들을 전부 devDeps가 아니라 deps에 때려박아도 별 일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싫지만…

peerDependencies

라이브러리를 만들면 아무도 의존하지 않는 패키지 – 예를 들면 프론트엔드 앱 – 를 만들 때는 볼 수 없었던 peerDeps와 마주하게 됩니다. peerDeps에 의존성을 추가하면 내 패키지에서 의존성을 관리하는 대신 내 패키지를 의존하는 패키지에서 의존성을 대신 관리하게 됩니다.

말이 조금 헷갈리는데, 예를 들어 내 프로젝트가 라이브러리 A, B, C를 쓰는데, 세 라이브러리 모두가 D라는 패키지에 의존한다고 합시다.

  • 세 라이브러리에서 D를 deps로 두는 경우에는 node_modules에 A > D, B > D, C > D 모두가 들어가게 됩니다.
  • D를 peerDeps로 두는 경우에는 node_modules에 A, B, C, D가 따로따로 들어가고, 내 프로젝트 단에서 A, B, C 각각이 내 프로젝트에서 직접 가져온 D에 의존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요약하면, peerDeps는 의존성 트리 최적화를 위해 내 패키지를 쓸 패키지들에게 ‘이거 대신 설치해 주세요’라고 설명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건 ‘내 패키지 자체에서는 이 의존성을 굳이 쓰지 않겠어요’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다 좋은데 그러면 내가 내 패키지는 어떻게 개발하죠?

빌드된 모습

결과적으로는 peerDepsdeps 모두에 의존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빌드된 index.js에서 peerDepsrequire를 사용하도록 바뀌고 나머지는 잘 번들됩니다. 이 require는 로컬 환경에서는 deps에 의해 설치된 패키지를, 피의존 환경에서는 이 패키지의 peerDeps에 의해 설치된 패키지를 활용할 것입니다.

알고 나면 어렵지 않은 이유지만,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입장에서 peerDeps를 설명해 둔 리소스가 현저히 적어서 알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이건 험난한 여정의 시작일 뿐이라는 걸 당시의 저는 몰랐습니다.

인터넷에 올리기 부끄럽지 않은 코드 짜기

const ButtonContainer = styled.button<ButtonContainerProps>`
  display: inline-block;
  vertical-align: middle;
  text-align: center;
  background: ${({ backgroundColor }) => backgroundColor}; // XXX
  /* ... */
`

이건 안 좋은 코드의 예입니다. solved.ac에서는 버튼에 색상을 그렇게 많이 집어넣거나 색상에 애니메이션을 줄 일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에는 이렇게 구현했지만, styled-components는 모든 경우의 수마다 CSS 클래스를 하나씩 만들 거고 자칫 다이나믹할 수 있는 값을 이런 식으로 구현하면 퍼포먼스 이슈가 생길 것은 안 봐도 비디오, 웰 노운 팩트입니다.

따라서 CSS 변수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스타일드 컴포넌트 안에서는 색상 등을 var(--solvedac-button-background-color) 등으로 정의하고, 컴포넌트에 인라인 스타일로 --solvedac-button-background-color: #17ce3a와 같은 식으로 넣어주면 됩니다. 이걸 잘 쓰기 위해 타입스크립트의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코드를 작성하면…

const [vars, v] = cssVariables(
  [
    'backgroundColor',
    'hoverBackgroundColor',
    'textColor',
    'hoverTextColor',
    'hoverShadow',
    'activeShadow',
  ],
  'button'
)

…스타일드 컴포넌트에서는 이렇게 가져다 쓰고…

const ButtonContainer = styled.button<ButtonContainerProps>`
  display: inline-block;
  vertical-align: middle;
  text-align: center;
  background: ${v.backgroundColor}; // Does not trigger class name generation which is good
  /* ... */
`

…인라인 스타일은 이렇게 넣을 수 있게 말이죠.

<ButtonContainer
  disabled={disabled}
  circle={circle}
  fullWidth={fullWidth}
  style={{
    [vars.backgroundColor]: computedBackgroundColor,
    [vars.hoverBackgroundColor]: computedHoverColor,
    [vars.textColor]:
      computedBackgroundColor &&
      readableColor(computedBackgroundColor, solvedTheme),
    /* ... */
    ...style,
  }}
  {...rest}
>
  {children}
</ButtonContainer>

이게 전부 타입 추론이 되게 하기 위해서 열심히 타입스크립트 매드무비를 찍습니다. readonly를 사용하면 string 배열을 tuple 취급하게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T]는 TS 4.0 기능입니다.

export const cssVariables = <T extends Array<string>>(
  names: readonly [...T],
  prefix: string
): [
  { [key in T[number]]: `--solvedac-${string}` },
  { [key in T[number]]: `var(--solvedac-${string})` }
] => {
  const vars = Object.fromEntries(
    names.map((name) => [
      name,
      `--solvedac-${prefix}-${name
        .replace(/[A-Z]/g, (m) => `-${m.toLowerCase()}`)
        .replace(/^-/, '')}`,
    ])
  ) as { [key in T[number]]: `--solvedac-${string}` }

  const v = Object.fromEntries(
    Object.entries(vars).map(([k, v]) => [k, `var(${v})`])
  ) as { [key in T[number]]: `var(--solvedac-${string})` }

  return [vars, v]
}

이렇게 하면 에디터가 타입 추론을 잘 해 줍니다. 그런데 갑자기 빌드가 되지 않습니다. 이번엔 왜일까요?

CSSProperties와 다시 만나는 declaration merging

리액트는 기본적으로 인라인 스타일에 --solvedac-button-background-color 같은 걸 허용하지 않습니다. CSSProperties의 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액트의 index.d.ts에는 이런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

export interface CSSProperties extends CSS.Properties<string | number> {
    /**
     * The index signature was removed to enable closed typing for style
     * using CSSType. You're able to use type assertion or module augmentation
     * to add properties or an index signature of your own.
     *
     * For examples and more information, visit:
     * https://github.com/frenic/csstype#what-should-i-do-when-i-get-type-errors
     */
}

직접 인덱스 시그니쳐를 만들고 싶으면 type assert를 하거나 module augmentation을 하라고 합니다.

Type assert는 웬만해서는 쓰기 싫기 때문에 declaration merging을 했습니다. 예전에 테마 타입 정의하는 데 고생한 적이 있어서 비교적 쉽게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type CustomProp = { [key in `--${string}`]: string }
declare module 'react' {
  // eslint-disable-next-line @typescript-eslint/no-empty-interface
  export interface CSSProperties extends CustomProp {}
}

오래된 react-scripts, 관리가 중단된 microbundle-crl

리액트 프로젝트에서 타입스크립트 관련해서 뭔가 안 된다 싶으면 이 친구입니다. react-scripts는 자기만의 webpack 설정 등을 쓰기로 유명합니다.

create-react-libraryreact-scripts@3.4.1을 설치해 줍니다. TS 4.0을 지원하지 않는 버전입니다. yarn add react-scripts@latest -D로 해결해 줍니다.

이외에도 microbundle-crl은 예전 버전의 Babel을 사용하고 있으며, 2년 전 microbundle 소스의 포크입니다. Unfork 해 줍니다.

Zero configuration을 표방하는 패키지를 종종 보게 되는데, 일반적인 경우에는 좋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꽤 골치아파지게 됩니다. 여담으로 react-scripts를 쓰면서 webpack 구성을 바꿔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eject하는 대신 react-app-rewired를 사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모든 게 다 잘 됩니다. 슬슬 solved.ac에 적용해 볼까요?

이상해요

뭔가 이상한 솔브드

사이트에 새 컴포넌트들을 적용하고 띄워 보니 패딩이 사라져 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링크를 타고 다른 페이지들을 로드해 보면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Prop `className` did not match와 같은 증상이 또 나타났습니다! 이번엔 테마 정의도 declaration merging으로 해 줬고 babel-plugin-styled-components도 잘 설정해 줬는데 대체 왜?

SSR의 악몽

생성되어 있는 componentId

dist/index.js를 확인해 봤을 때 컴포넌트 ID는 빌드 시점에 생성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Babel 플러그인이 잘 동작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의심이 가는 부분은 solved.ac 프론트엔드 프로젝트에서 ServerStyleSheetcollectStyles 해 주는 부분입니다. 이 방향으로 검색해 봤더니 FAQ가 하나 나옵니다. yarn link에 대한 내용이지만 이 라이브러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tyled-components는 싱글톤이고, 각자의 스코프에서 렌더할 컴포넌트들을 전부 관리합니다. 따라서 solved.ac 프론트엔드 프로젝트와 방금 만든 UI 라이브러리에 있는 styled-components는 다른 styled-components라는 뜻입니다. 이걸 강제로 같게 만들어서 한 쪽의 styled-components가 프론트엔드 프로젝트와 UI 라이브러리 모두의 컴포넌트를 관리하게 해 줘야 합니다.

모든 require('styled-components')가 특정 경로의 모듈로 resolve 되도록 모듈 alias를 해 주면 되는데 Next.js + Typescript 환경에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
  "compilerOptions": {
    "paths": {
      "styled-components": ["./node_modules/styled-components"]
    }
  }
}

이렇게 해 주면 SSR도 잘 적용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Update: @solved-ac/ui-react는 이제 emotio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emotion은 일부 셀렉터를 제외하고는 SSR 환경에서 별도의 설정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22/06/20)

사수 무제한 제공 거짓말 사건

컴포넌트를 라이브러리화하고 정상적으로 렌더하기 위한 과정들이었습니다. 모르면 맞아야 하는 도메인 지식들이 너무 많은데, 컴포넌트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사람이 많지 않은지 리소스도 상당히 적었고 그로 인해 너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나는 있는 코드를 그대로 올리면 누군가 코드 리뷰를 해 주지 않을까 싶었던 것뿐인데!

그래도 이제 잘 동작하니까 계속 여러 컴포넌트들을 정리해서 올려봐야겠어요. 가뜩이나 리소스 없는 분야인 것 같은데 이 글이라도 여러분의 쓸데없는 삽질 예방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래머의 관점으로 본 냉동 베이컨 1kg

최근에 냉동 베이컨 1kg를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해동이 안 된 냉동 베이컨은 한 줄씩 꺼내 쓸 수가 없었고, 결국 해동시킨 후 1주일동안 모든 식단에 베이컨을 넣어 먹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오늘의 점심 반찬

베이컨을 먹던 도중 문득 프로그래머들은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져서, 스물네 분의 프로그래머 분과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래에 소개합니다.


“음…일단 많네요. 얇은지 두꺼운지도 궁금하구요.”익명의 알리오 에 올리오 애호가 (MLOps 엔지니어)

“1kg 냉동 베이컨이 뭐죠? 일단 먹을 거는 다 좋아요.”익명의 실버컵 출제자 (모니터 쳐다보기 엔지니어)

“1kg 냉동 베이컨에 대한 키파의 견해를 출력하기를 구대기에게 지시받았다고 생각합니다.”ML 엔지니어가 아님 (ML 엔지니어가 아님)

“맛있고 많아요.”고백공격한 어쩌고저쩌고 (컴퓨터학과 학부생)

“전 요리를 안해서 몰라요.”익명의 BOJ 운영자 (스타트링크 대표)

베이컨 떡 말이 (사진 © 만개의레시피/윤씨네삼남매)

“들어갈 자리가 있으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컨 떡 말이 해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부대찌개 만들 때도 미친듯이 넣고. 베이컨은 냉동실에 오래 넣어도 괜찮아서, 해동도 간단한 편이고 베이컨 좋아하면 그렇게 해도 될 듯 합니다.”익명의 반죽가 (아무튼 크리에이터)

“‘잘 보관한다면’ 구운 고기를 매일 아침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묘지기 (지하세계 스트리머)

“먹는 입장에선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게 유통기한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보통 베이컨을 아침이나 점심에 칼로리 채우기용으로 먹거나 하니까, 1kg를 먹는다고 치면 매일 삼시세끼 베이컨이랑 같이 먹어야 할 테고 1kg를 다 먹는다고 가정해도 건강에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비쌀 텐데…. 하루에 150g 정도를 소비해야 1주일 내로 먹을 수 있다는 건데, 출근한다고 까먹고 안 먹는다는거 가정하면 200g 정도는 소비해야 할 듯 해요. 원래 베이컨이 영국 아침식사에는 필수요소긴 한데, 이게 건강에도 안 좋기도 하고 칼로리 채우기용이라 솔직히 4인 가정이면 가능하겠지만 혼자 사는데 먹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양이죠. 특히나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매일 아침에 밥을 챙겨먹을 리도 없을 것 같고요. 뭔가 밖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활동하는 거 아니면 베이컨은 비추입니다. 기름기도 많고….”익명의 아즈사와 코하네 팬 (연구원)

“로켓프레시로 사면 쌉니다. 바이럴은 아닙니다.”프로그래머 아님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터센터 인수 썰

“베이컨을 1kg나 사둘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100g 사서 나중에 부족한 것보단 1kg를 사서 쟁여놓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데이터센터 인수 썰처럼 더 저렴한 것도 있고요.” 익명의 바다를 헤엄치는 민물고기 (육군? 정보보호병)

“자취생 필수품이군요. 냉동고에 충분한 공간이 있다면 쟁여 놓을 가치가 충분한 물건이네요.”익명의 지나가던 트위터 요정 (전자오락 기술자)

“냉동 베이컨은 안 사봐서 모르겠네요. 하지만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cubelover (넥슨 ML 엔지니어)

“베이컨 맛있지요 😋 근데 여기선 보통 냉장 상태로 판매가 돼서 냉동 베이컨은 경험해 보진 못했네요. 미국인 아침 식사에 필수요소예요.” 익명의 일본식 라면 애호가 (NVIDIA MLOps 엔지니어)

“1kg…. 일단 있으면 먹겠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냉동시킬 때 요령이 필요할 거 같은 느낌이네요. 종이 호일을 두고 한 장 한 장이나 한 말이 정도씩 나누면 서로 안 붙어서 먹을 때나 보관할 때 편해요.”익명의 체대생 (학부생)

“아무래도 많다…라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는 양의 고기입니다. 양의 고기가 아니고 돼지의 고기이기는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키파 (알리오 에 올리오 엔지니어)

베이컨 잼 (사진 © Delish/Lauren Miyashiro)

“적당히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남은 걸 베이컨 잼 같은걸 만들면 될 것 같아요. 자기가 만들기 싫으면 다른 사람 시키세요.”익명의 퇴사한 직장 상사 (새내기과정학부 3학년)

“저는 그거 갖고 싶어요. 구워서 밥에도 먹고 파스타도 해 먹고 에그 인 헬도 해 먹고 볶음밥도 해 먹고….”익명의 프랑스는 베이컨 (컴퓨터공학과 3학년)

“냉동 베이컨은 몇 달 갈 걸요? 근데 여기저기 넣어먹기 좋아서 예전에 샀는데 금방 다 먹었습니다.”개어렵네요 (대충 써주세요)

“1kg를 언제 다 먹어요?”저는 열심히 써주세요 (대충 쓰면 안돼요)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요? 베이컨이 유통기한이 짧지 않던가….” 하늘구름 (낙서하는 개팔자)

“직접 사봐서 당사자성이 있는 주제입니다. 파스타와 볶음밥을 무한히 요리해 먹으면 다 먹을 수 있습니다. 근데 1kg씩이나 되는 주제에 냉동이라 예쁘게 안 떨어지는게 정말 화가 납니다.” 익명의 탈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 하나 살까요? 사야겠어요.”익명의 김준원 (루팡)

“샌드위치나 파스타 등등에 넣어먹으면 생각보다 금방 먹을 거 같긴 한데, 엄청 물릴 것 같아요….”고양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베이컨을 라면에 넣어 먹으면 맛있어요.”익명의 영국인 (영국인?)

“배고파요.”익명의 블로거 (방구석)


어떠셨나요? 프로그래머는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조율자의 손길: 한별포스 이벤트를 돌아보며

solved.ac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채널에서 사이트에 대한 의견들을 모으는 편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트위터 맞팔 분들께서는 저에게 창의적인 기능 아이디어들을 추천해 주고 계신데요, 몇 개만 봅시다.

솔브드 테라버닝
솔브드 1주년 코인샵
솔브드 스타포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

한별포스

2022년 4월 1일 정오부터 만우절 대회인 진짜 최종 구데기컵 2 2가 끝날 때까지 프로필 닉네임 위에 별을 25개 띄워봤습니다. 이게 대략 무슨 뜻인지 아시는 메이플 유저 분들께서는 대체 이게 왜 여깄지 하면서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모르시더라도 마우스를 올리면 밑줄이 떠서 되게 클릭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한번쯤은 클릭해보셨을 것 같아요. 이걸 클릭하면 한별포스 이벤트 페이지로 갑니다.

한별이

‘스타포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쓸 수는 없고…, solved.ac 길라잡이에 등장할 캐릭터 ‘한별이’의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귀엽지 않나요? 카카오 이모티콘으로 쓸 수 있어요.

여하튼 한별포스는 메이플스토리의 스타포스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이벤트였습니다. 프로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하면 프로필 위에 뜨는 별의 갯수가 변하는 것 이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스타포스?

스타포스 강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 강화에 성공하면 별이 하나 늘어납니다.
  • 실패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 별 개수가 유지됩니다. 10성까지에서 강화 시도에 실패한 경우 무조건 유지되며, 15성과 20성에서 실패한 경우에도 파괴되지 않았다면 무조건 유지됩니다.
    • 별이 하나 줄어듭니다. 10성까지 그리고 15성과 20성에서 강화 시도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 장비가 파괴됩니다. 12성 이상에서 강화를 시도하는 경우 드문 확률로 일어납니다. 이후 같은 장비를 준비해 장비를 복구할 수 있으며, 12성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스타캐치’라는 미니게임을 통해 성공 확률을 1.05배로 올릴 수 있습니다.
  • 확률은 여기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스타캐치를 제외한 모든 요소를 그대로 가져와봤습니다. 스타캐치를 가져오지 않은 이유는 스타캐치에 성공했는지 아닌지를 서버에서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대신 한별이가 그려진 배경을 프로필 배경으로 설정하면 같은 효과의 ‘한별캐치’를 적용해 줍니다.

이벤트 가격과 보상 설정

30일동안 매일 1문제씩을 푼다면 적당히 하루 75조각, 한 달 2,250조각을 얻는다고 봅니다(10일동안 매일 5문제 + 5기여를 해도 이 정도를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런 유저가 22성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비용을 설정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1번 강화 당 비용을 현저히 낮게 잡아야 합니다. 프로필 파괴 시 복구 비용도 없앴습니다. 기댓값을 보면서 강화 비용을 미세하게 조정했고, 정확한 비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10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1개
  • 15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2개
  • 20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3개
  • 25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4개

이 때의 기댓값은 이렇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기댓값 계산 매드무비를 찍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분께서 작성해 주신 다른 매드무비가 있어서 생략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별캐치 없음 / 한별캐치 있음)

  • 0성 → 10성: 18조각 / 17조각
  • 0성 → 15성: 138조각 / 117조각
  • 0성 → 17성: 215조각 / 181조각
  • 0성 → 20성: 1,143조각 / 851조각
  • 0성 → 21성: 1,417조각 / 1,043조각
  • 0성 → 22성: 2,330조각 / 1,654조각
  • 0성 → 23성: 36,569조각 / 23,955조각

주의해야 할 점은 스타포스 기댓값은 편차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고, 여기는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공부하는 곳이고, 참가자들이 이벤트 시작 후 1시간 안으로 기댓값 테이블을 전부 계산해버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메이플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상위 95% 유저는 상위 50% 유저보다 2.5배 많은 재화를 소모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이 있을 정도입니다. 만우절 이벤트인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으면 해서, 많은 유저들이 얻도록 하려는 22성 보상까지에 대해서는 기댓값의 2배에서 3배쯤이 되도록 설정했습니다.

1등 보상을 따로 둔 것은 나름의 실험 같은 거였는데, 기댓값에 따르면 21성까지는 성공 확률이 최소 30%여서 할 만 하고, 잔고가 3조각이어도 강화 버튼을 누르는 게 이득입니다. 하지만 22성에서 성공 확률 3%의 강화 버튼을 누르는 건 일반적으로 손해입니다. 1등이 22성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별조각을 5,000개씩 더 받고 끝날지, 아니면 남들이 별조각 5,000개를 더 받는 걸 막기 위해 22성에서 버튼을 누를지 궁금했습니다.

23명의 23성

결과적으로 solvedac 계정을 제외하고 23성을 달성한 유저는 22명이었네요. 23성에서 강화 버튼을 눌러서 터진 분들도 계십니다. 무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3성이 나온다면 24성이 한 명 이하로 나온다고 예상했는데 24성은 나오지 않았네요.

얼마나 썼을까

CSV 덤프

통계를 따로 계산하지 않아서 로그를 CSV 덤프로 까봤습니다. 3,519명의 유저가 총 1,636,385번 강화를 시도했고, 4,762,579개의 별조각을 소모했습니다.

각 단계별 강화 시도 횟수는 이렇습니다.

n성에서 버튼을 누른 횟수
  • 0성에서는 3,677번의 강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frac{3\,519}{3\,677}\approx 0.957$이므로, 한별캐치를 고려하면 대략 맞습니다.
  • 9성 이하에서는 모든 단계에서 7,000번 이하의 강화 시도가 있었고, 10성에서는 149,682번의 강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9성 이하로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강화 시도가 적습니다.
  • 15성에서의 강화 시도가 가장 많습니다(340,776번). 15성과 20성 완충 구간의 경우 그래프가 폭 튀어나와 있습니다.
  • 20성에서의 강화 시도는 24,071번, 21성에서는 9,927번입니다.
  • 22성에서의 강화 시도는 2,040번이며 이 중 23성으로의 강화를 성공한 경우는 70번이었습니다.
  • 23성에서의 강화 시도는 37번이며 이 중 24성으로의 강화를 성공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 이벤트에서 별조각을 가장 많이 쓰신 분은 별조각을 28,396개 소모하셨으며, 7,882번의 강화 시도를 했습니다. 이 분께서는 22성에서 강화 버튼을 16번 누르셨지만 23성에 도달하지 못하시고 17성으로 마감하셨습니다.

뼈아픈 기록

최종 22성 유저 중 가장 적은 별조각을 소모한 경우 겨우 64개를, 가장 많은 별조각을 소모한 경우 무려 21,364개를 소모하셨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별조각을 소모한 경우는 22성에서 프로필이 파괴된 후 다시 돌아온 경우이긴 합니다. 17성의 경우는 최소 44개, 최대 28,396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22성에 주차한 저는 2,264개의 별조각을 소모했습니다. 기댓값을 약간 상회합니다.

이모저모

솔브드가 메이플 인벤에 소개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댓글에 22성 인증이 꽤 올라오던데 알고리즘 문제 푸시는 분들과 메이플스토리 유저 간의 교집합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저희 학회에서도 문제는 안 풀고 한별포스하는 데 심취해 계셨다고 하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SSAFY에서도 한별포스 강화전을 했다고 하네요.

백준님께서는 매크로를 짜서 강화를 시도하셨고…, 별조각을 15,630개 소모해 소모량 7위에 랭크되셨습니다. 안타까워요.

주절주절

작년엔 대규모 리팩터링을 하느라 만우절 이벤트를 못 했는데 올해는 뭔가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재밌게 즐겨 주셨나요? 스타포스 추가해 달라는 걸 진짜 들어줄 줄은 몰랐나요? 솔브드는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재밌게 배울 수 있게 하자는 사명 아래 어떻게 하면 사이트를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게임을 기획하듯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재밌게 즐겨주셨다면 다행입니다!

그치만 이번엔 너무 게임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문제를 푸는 것과 연계해서 별조각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주고, 별조각을 사용할 만한 곳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이벤트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컨텐츠 업데이트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 이벤트 참가해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