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머의 관점으로 본 냉동 베이컨 1kg

최근에 냉동 베이컨 1kg를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해동이 안 된 냉동 베이컨은 한 줄씩 꺼내 쓸 수가 없었고, 결국 해동시킨 후 1주일동안 모든 식단에 베이컨을 넣어 먹는 기행을 저질렀습니다.

오늘의 점심 반찬

베이컨을 먹던 도중 문득 프로그래머들은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져서, 스물네 분의 프로그래머 분과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아래에 소개합니다.


“음…일단 많네요. 얇은지 두꺼운지도 궁금하구요.”익명의 알리오 에 올리오 애호가 (MLOps 엔지니어)

“1kg 냉동 베이컨이 뭐죠? 일단 먹을 거는 다 좋아요.”익명의 실버컵 출제자 (모니터 쳐다보기 엔지니어)

“1kg 냉동 베이컨에 대한 키파의 견해를 출력하기를 구대기에게 지시받았다고 생각합니다.”ML 엔지니어가 아님 (ML 엔지니어가 아님)

“맛있고 많아요.”고백공격한 어쩌고저쩌고 (컴퓨터학과 학부생)

“전 요리를 안해서 몰라요.”익명의 BOJ 운영자 (스타트링크 대표)

베이컨 떡 말이 (사진 © 만개의레시피/윤씨네삼남매)

“들어갈 자리가 있으면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베이컨 떡 말이 해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부대찌개 만들 때도 미친듯이 넣고. 베이컨은 냉동실에 오래 넣어도 괜찮아서, 해동도 간단한 편이고 베이컨 좋아하면 그렇게 해도 될 듯 합니다.”익명의 반죽가 (아무튼 크리에이터)

“‘잘 보관한다면’ 구운 고기를 매일 아침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묘지기 (지하세계 스트리머)

“먹는 입장에선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게 유통기한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 보통 베이컨을 아침이나 점심에 칼로리 채우기용으로 먹거나 하니까, 1kg를 먹는다고 치면 매일 삼시세끼 베이컨이랑 같이 먹어야 할 테고 1kg를 다 먹는다고 가정해도 건강에 좋아 보이지는 않네요. 비쌀 텐데…. 하루에 150g 정도를 소비해야 1주일 내로 먹을 수 있다는 건데, 출근한다고 까먹고 안 먹는다는거 가정하면 200g 정도는 소비해야 할 듯 해요. 원래 베이컨이 영국 아침식사에는 필수요소긴 한데, 이게 건강에도 안 좋기도 하고 칼로리 채우기용이라 솔직히 4인 가정이면 가능하겠지만 혼자 사는데 먹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양이죠. 특히나 혼자 사는 직장인이 매일 아침에 밥을 챙겨먹을 리도 없을 것 같고요. 뭔가 밖에 여기저기 다니면서 활동하는 거 아니면 베이컨은 비추입니다. 기름기도 많고….”익명의 아즈사와 코하네 팬 (연구원)

“로켓프레시로 사면 쌉니다. 바이럴은 아닙니다.”프로그래머 아님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터센터 인수 썰

“베이컨을 1kg나 사둘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100g 사서 나중에 부족한 것보단 1kg를 사서 쟁여놓는 게 낫지 않나 싶습니다. 데이터센터 인수 썰처럼 더 저렴한 것도 있고요.” 익명의 바다를 헤엄치는 민물고기 (육군? 정보보호병)

“자취생 필수품이군요. 냉동고에 충분한 공간이 있다면 쟁여 놓을 가치가 충분한 물건이네요.”익명의 지나가던 트위터 요정 (전자오락 기술자)

“냉동 베이컨은 안 사봐서 모르겠네요. 하지만 있다면 좋을 것 같네요.” cubelover (넥슨 ML 엔지니어)

“베이컨 맛있지요 😋 근데 여기선 보통 냉장 상태로 판매가 돼서 냉동 베이컨은 경험해 보진 못했네요. 미국인 아침 식사에 필수요소예요.” 익명의 일본식 라면 애호가 (NVIDIA MLOps 엔지니어)

“1kg…. 일단 있으면 먹겠지만….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냉동시킬 때 요령이 필요할 거 같은 느낌이네요. 종이 호일을 두고 한 장 한 장이나 한 말이 정도씩 나누면 서로 안 붙어서 먹을 때나 보관할 때 편해요.”익명의 체대생 (학부생)

“아무래도 많다…라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는 양의 고기입니다. 양의 고기가 아니고 돼지의 고기이기는 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습니다.”키파 (알리오 에 올리오 엔지니어)

베이컨 잼 (사진 © Delish/Lauren Miyashiro)

“적당히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남은 걸 베이컨 잼 같은걸 만들면 될 것 같아요. 자기가 만들기 싫으면 다른 사람 시키세요.”익명의 퇴사한 직장 상사 (새내기과정학부 3학년)

“저는 그거 갖고 싶어요. 구워서 밥에도 먹고 파스타도 해 먹고 에그 인 헬도 해 먹고 볶음밥도 해 먹고….”익명의 프랑스는 베이컨 (컴퓨터공학과 3학년)

“냉동 베이컨은 몇 달 갈 걸요? 근데 여기저기 넣어먹기 좋아서 예전에 샀는데 금방 다 먹었습니다.”개어렵네요 (대충 써주세요)

“1kg를 언제 다 먹어요?”저는 열심히 써주세요 (대충 쓰면 안돼요)

“그렇게 많이 필요한가요? 베이컨이 유통기한이 짧지 않던가….” 하늘구름 (낙서하는 개팔자)

“직접 사봐서 당사자성이 있는 주제입니다. 파스타와 볶음밥을 무한히 요리해 먹으면 다 먹을 수 있습니다. 근데 1kg씩이나 되는 주제에 냉동이라 예쁘게 안 떨어지는게 정말 화가 납니다.” 익명의 탈수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오 하나 살까요? 사야겠어요.”익명의 김준원 (루팡)

“샌드위치나 파스타 등등에 넣어먹으면 생각보다 금방 먹을 거 같긴 한데, 엄청 물릴 것 같아요….”고양이 (노르웨이 숲 고양이)

“베이컨을 라면에 넣어 먹으면 맛있어요.”익명의 영국인 (영국인?)

“배고파요.”익명의 블로거 (방구석)


어떠셨나요? 프로그래머는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냉동 베이컨 1kg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댓글로 알려주세요!

조율자의 손길: 한별포스 이벤트를 돌아보며

solved.ac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채널에서 사이트에 대한 의견들을 모으는 편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트위터 맞팔 분들께서는 저에게 창의적인 기능 아이디어들을 추천해 주고 계신데요, 몇 개만 봅시다.

솔브드 테라버닝
솔브드 1주년 코인샵
솔브드 스타포스

그래서 직접 만들어 봤습니다.

한별포스

2022년 4월 1일 정오부터 만우절 대회인 진짜 최종 구데기컵 2 2가 끝날 때까지 프로필 닉네임 위에 별을 25개 띄워봤습니다. 이게 대략 무슨 뜻인지 아시는 메이플 유저 분들께서는 대체 이게 왜 여깄지 하면서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모르시더라도 마우스를 올리면 밑줄이 떠서 되게 클릭하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에 한번쯤은 클릭해보셨을 것 같아요. 이걸 클릭하면 한별포스 이벤트 페이지로 갑니다.

한별이

‘스타포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쓸 수는 없고…, solved.ac 길라잡이에 등장할 캐릭터 ‘한별이’의 이름을 빌려왔습니다. 귀엽지 않나요? 카카오 이모티콘으로 쓸 수 있어요.

여하튼 한별포스는 메이플스토리의 스타포스를 거의 그대로 가져온 이벤트였습니다. 프로필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강화하면 프로필 위에 뜨는 별의 갯수가 변하는 것 이외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스타포스?

스타포스 강화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 강화에 성공하면 별이 하나 늘어납니다.
  • 실패에는 세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 별 개수가 유지됩니다. 10성까지에서 강화 시도에 실패한 경우 무조건 유지되며, 15성과 20성에서 실패한 경우에도 파괴되지 않았다면 무조건 유지됩니다.
    • 별이 하나 줄어듭니다. 10성까지 그리고 15성과 20성에서 강화 시도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 장비가 파괴됩니다. 12성 이상에서 강화를 시도하는 경우 드문 확률로 일어납니다. 이후 같은 장비를 준비해 장비를 복구할 수 있으며, 12성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 ‘스타캐치’라는 미니게임을 통해 성공 확률을 1.05배로 올릴 수 있습니다.
  • 확률은 여기에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스타캐치를 제외한 모든 요소를 그대로 가져와봤습니다. 스타캐치를 가져오지 않은 이유는 스타캐치에 성공했는지 아닌지를 서버에서 검증하기가 어렵기 때문인데, 대신 한별이가 그려진 배경을 프로필 배경으로 설정하면 같은 효과의 ‘한별캐치’를 적용해 줍니다.

이벤트 가격과 보상 설정

30일동안 매일 1문제씩을 푼다면 적당히 하루 75조각, 한 달 2,250조각을 얻는다고 봅니다(10일동안 매일 5문제 + 5기여를 해도 이 정도를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이런 유저가 22성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비용을 설정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1번 강화 당 비용을 현저히 낮게 잡아야 합니다. 프로필 파괴 시 복구 비용도 없앴습니다. 기댓값을 보면서 강화 비용을 미세하게 조정했고, 정확한 비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10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1개
  • 15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2개
  • 20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3개
  • 25성 이하를 목표로 강화: 별조각 4개

이 때의 기댓값은 이렇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기댓값 계산 매드무비를 찍고 싶었지만 이미 다른 분께서 작성해 주신 다른 매드무비가 있어서 생략합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한별캐치 없음 / 한별캐치 있음)

  • 0성 → 10성: 18조각 / 17조각
  • 0성 → 15성: 138조각 / 117조각
  • 0성 → 17성: 215조각 / 181조각
  • 0성 → 20성: 1,143조각 / 851조각
  • 0성 → 21성: 1,417조각 / 1,043조각
  • 0성 → 22성: 2,330조각 / 1,654조각
  • 0성 → 23성: 36,569조각 / 23,955조각

주의해야 할 점은 스타포스 기댓값은 편차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고, 여기는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공부하는 곳이고, 참가자들이 이벤트 시작 후 1시간 안으로 기댓값 테이블을 전부 계산해버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메이플스토리 같은 경우에는 상위 95% 유저는 상위 50% 유저보다 2.5배 많은 재화를 소모해야 한다는 시뮬레이션이 있을 정도입니다. 만우절 이벤트인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으면 해서, 많은 유저들이 얻도록 하려는 22성 보상까지에 대해서는 기댓값의 2배에서 3배쯤이 되도록 설정했습니다.

1등 보상을 따로 둔 것은 나름의 실험 같은 거였는데, 기댓값에 따르면 21성까지는 성공 확률이 최소 30%여서 할 만 하고, 잔고가 3조각이어도 강화 버튼을 누르는 게 이득입니다. 하지만 22성에서 성공 확률 3%의 강화 버튼을 누르는 건 일반적으로 손해입니다. 1등이 22성으로 모두가 행복하게 별조각을 5,000개씩 더 받고 끝날지, 아니면 남들이 별조각 5,000개를 더 받는 걸 막기 위해 22성에서 버튼을 누를지 궁금했습니다.

23명의 23성

결과적으로 solvedac 계정을 제외하고 23성을 달성한 유저는 22명이었네요. 23성에서 강화 버튼을 눌러서 터진 분들도 계십니다. 무섭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3성이 나온다면 24성이 한 명 이하로 나온다고 예상했는데 24성은 나오지 않았네요.

얼마나 썼을까

CSV 덤프

통계를 따로 계산하지 않아서 로그를 CSV 덤프로 까봤습니다. 3,519명의 유저가 총 1,636,385번 강화를 시도했고, 4,762,579개의 별조각을 소모했습니다.

각 단계별 강화 시도 횟수는 이렇습니다.

n성에서 버튼을 누른 횟수
  • 0성에서는 3,677번의 강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frac{3\,519}{3\,677}\approx 0.957$이므로, 한별캐치를 고려하면 대략 맞습니다.
  • 9성 이하에서는 모든 단계에서 7,000번 이하의 강화 시도가 있었고, 10성에서는 149,682번의 강화 시도가 있었습니다. 9성 이하로는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강화 시도가 적습니다.
  • 15성에서의 강화 시도가 가장 많습니다(340,776번). 15성과 20성 완충 구간의 경우 그래프가 폭 튀어나와 있습니다.
  • 20성에서의 강화 시도는 24,071번, 21성에서는 9,927번입니다.
  • 22성에서의 강화 시도는 2,040번이며 이 중 23성으로의 강화를 성공한 경우는 70번이었습니다.
  • 23성에서의 강화 시도는 37번이며 이 중 24성으로의 강화를 성공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 이벤트에서 별조각을 가장 많이 쓰신 분은 별조각을 28,396개 소모하셨으며, 7,882번의 강화 시도를 했습니다. 이 분께서는 22성에서 강화 버튼을 16번 누르셨지만 23성에 도달하지 못하시고 17성으로 마감하셨습니다.

뼈아픈 기록

최종 22성 유저 중 가장 적은 별조각을 소모한 경우 겨우 64개를, 가장 많은 별조각을 소모한 경우 무려 21,364개를 소모하셨습니다. 물론 가장 많은 별조각을 소모한 경우는 22성에서 프로필이 파괴된 후 다시 돌아온 경우이긴 합니다. 17성의 경우는 최소 44개, 최대 28,396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22성에 주차한 저는 2,264개의 별조각을 소모했습니다. 기댓값을 약간 상회합니다.

이모저모

솔브드가 메이플 인벤에 소개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댓글에 22성 인증이 꽤 올라오던데 알고리즘 문제 푸시는 분들과 메이플스토리 유저 간의 교집합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구요.

저희 학회에서도 문제는 안 풀고 한별포스하는 데 심취해 계셨다고 하고 들리는 소문으로는 SSAFY에서도 한별포스 강화전을 했다고 하네요.

백준님께서는 매크로를 짜서 강화를 시도하셨고…, 별조각을 15,630개 소모해 소모량 7위에 랭크되셨습니다. 안타까워요.

주절주절

작년엔 대규모 리팩터링을 하느라 만우절 이벤트를 못 했는데 올해는 뭔가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재밌게 즐겨 주셨나요? 스타포스 추가해 달라는 걸 진짜 들어줄 줄은 몰랐나요? 솔브드는 알고리즘 문제해결을 재밌게 배울 수 있게 하자는 사명 아래 어떻게 하면 사이트를 좀 더 재밌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게임을 기획하듯이 기획하고 있습니다. 재밌게 즐겨주셨다면 다행입니다!

그치만 이번엔 너무 게임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문제를 푸는 것과 연계해서 별조각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주고, 별조각을 사용할 만한 곳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이벤트였습니다. 앞으로 이런 방향으로 컨텐츠 업데이트를 해보고 싶어요.

이번 이벤트 참가해 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